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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Oct 17. 2022

사람과 일과 배움에 대한 철학

 모친이 돌아가시고 집안의 유품 일부를 정리하면서 우리 가족들은 고단한 모친의 억척스러운 삶의 자세에 경건하게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지나오며 가장보다도 더 가정의 중심이 돼 남편 뒷바라지에 자녀들까지 잘 양육한 것을 보면 감사의 마음으로 모친을 추억하게 된다. 그마나 어려웠던 성장기나 중장년기의 보상이라고 여길 만큼 노년의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아져서 나름대로 축복된 시간을 향유하고 갔으니 그 삶의 소중한 시간들이 고마운 것이다. 가족들은 모친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집안 물품들을 이모저모 살폈을 때 3000만원짜리 통장이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맞벌이하면서 직장 생활을 수십 년 했으니 일부 연금과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노인연금 정도가 통장에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그 정도의 금액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1억의 절반에 맞먹는 큰돈이었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평생을 살아낸 모친의 근면과 성실 근검절약의 정신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필자도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했지만 모친의 부지런함에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적당한 게으름뱅이인 것이다. 이처럼 생각 없이 그냥저냥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 가치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삶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서 꾸려가기 마련이다. 


 이 시간 필자가 나누고 싶은 것은 어떤 이의 배우고 싶은 철학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필자가 신학교를 다니다가 우연히 기독교 일간지인 국민일보 판매하며 홍보하는 일을 전국적으로 다니며 5년 정도 하는 계기가 있었다. 초기 국민일보는 중대형교회나 대형집회 등을 통해서 문서선교사를 보내어 부수확장에 만전을 기했는데 나름 실효성이 뛰어났다. 필자도 그 일에 종사하면서 당시 무명의 목회자였다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가던 분을 집회현장에서 만났다. 마침 대구의 60년 전 외국선교사들이 세워서 전통 있는 기도원 집회를 마쳤는데 오르내리는 차량들이 얽히고설켜 시간이 지체될 때 “너는 뭣 하러 여기 올라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다가 그 목사님의 운전비서로 2년가량 섬길 수 있었다. 큰 집회를 마치고 유명한 목회자의 권유로 많은 성도들이 신문 구독신청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 목회자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가 부산의 신학교에 다닐 때 죽을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었는데 교수들과 동창들이 모두 이구동성 ‘꺼져가는 촛불’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인생은 역설적이어서 묘미가 있다지만 정말 그 목회자는 10여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온갖 기독교 방송매체에 등장하면서 일약 스타 목사가 되어버렸다. 희한한 것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부흥강사로서 유명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저마다 만나보기 원하는 메신저가 된 것이었다. 


 필자가 지근거리에서 그 목회자를 모시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목사님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인데 일 욕심, 사람 욕심, 배움에 대한 욕심이 그것이다. 살아가다보면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하는 기회에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100년 넘은 내연기관의 자동차 역사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으니 차량의 심장이라는 엔진이 무용지물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이처럼 꾸준히 배우는 사람 앞에서는 이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 목회자는 책을 10여 권 넘게 썼는데 유명해지니 전국 기독교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뿐 아니라 집회현장에서 수백 수천 권이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됐던 것이다. 글을 잘 쓰면서 말을 잘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목회자는 신문의 활자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먹어버리는 것이었다. 전라도 지역 집회를 마치고 부산으로 귀가할 때 그 먼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끝까지 신문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교회 부목회자들에게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고, 이런저런 통화도 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배움의 욕심이 있으면서도 사람 욕심이 있어서 누구든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자신의 역량이 닿는 대로 챙겨주려 했다. 도움 받은 사람이 또 어떤 도움을 베푸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부자가 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목사님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도 일 욕심의 일환이랄 수 있다. 어떤 부흥집회에 다른 강사가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할 때 불과 20~30 명의 적은 인원이 참석하는 집회였음에도 시간을 맞춰 찾아가 설교했는데 할머니 권사님 한 분이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 그래서 그 할머니는 기독교방송에 근무하는 자녀에게 이 목사님을 추천했는바 그것이 계기가 돼 방송에 데뷔하게 돼서 이후 지금까지 물 만난 고기처럼 방송사역에 매진하면서 교회부흥만 아니라 유명강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신 앞에 주어진 일에 대해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여기서 내 손안에서 처리한다’는 일에 대한 철저한 프로정신과 작은 것 하나라도 새로운 것을 배워 이리저리 시도해보면서 최적화시키고, 사람들에 대한 긍휼지심으로 챙겨주다 보니 그의 인생이 축복의 우람한 백향목이 되는 것을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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