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집장의 글

작가의 말

by 유케이

안녕하세요 편집장입니다.


패션(외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단어는 예전만큼 직접적으로 들리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고 SNS나 밈 등으로 변형되어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패션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한 포인트는 아닙니다. 단순히 보이는 ”멋“ 이 패션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과, 무한 경쟁 시대에 패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패션은 요리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당연하게도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겠지요. 부가적일 거라 생각되는 플레이팅 스타일이나, 어떤 재료로 어떠한 비주얼과 맛을 냈는지, 시간과장소가 적절한지 등은 '맛'이라는 요리의 본질에 가려져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맛을 살려주는 부가적인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맛'은 완성됩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이지만, 옷을 살려주는 부가적인 것들이 없다면 그저 '옷'일 뿐입니다. 장소와 시간에 맞춰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 어떠한 원단으로 만든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했는지, 부가적인 것들이 다 맞아떨어졌을 때 '패션'은 완성됩니다.

패션과 요리를 관통하는 것은 주관적인 스타일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한 가지만 잘한다고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패션을 요리와 비교하는 것은 본질적인 것을 챙기면서 눈도 즐거워야 한다는 목적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분명한 차이도 있겠지요. 요리는 주관적인 스타일도 존중합니다. 잘 나가는 맛집이라도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입맛에 맞지 않아도 요리는 취향 차이로 정리가 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패션은 주관적인 스타일에 인색합니다. 취향에 맞는 철 지난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 용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한 어려운 일이니까요.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데 더 익숙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릴 거 같은 옷의 색상이 무엇일 거 같습니까?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블랙'이라고 할 것입니다. 남녀노서 옷장에 블랙이 없는 경우는 결코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블랙 색상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좋게 말하면 무난해서이고, 짓궂게 말한다면 감출 수 있어서입니다. 패션에서의 '블랙'은 어려운 색상입니다. 그 어떠한 옷에도 매칭이 되지만, 그 어떠한 색감도 먹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패션에서 중요한 건 각각의 컬러를 어떻게 믹스하여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인데, 블랙이 들어가면 믹스의 개념은 사라지고 블랙 한 가지 이미지만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블랙을 선택하는 것은, 아마도 튀지 않아야 한다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블랙이라는 안정적일 것만 같은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블랙은 체형을 감춰주는 유일한 컬러인 점도 있을 것입니다.


테니스를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나만의 테니스를 해라" 테니스를 쳐보면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똑같은 코치에게 배워도 포핸드, 백핸드의 자세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테니스의 메커니즘을 배우고 이해할 때쯤이면 누군가를 따라 해야겠다는 생각은 희미해지고 나만의 포핸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각인됩니다. 따라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과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걸 몸이 인정하고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패션 또한 누군가의 스타일로 시작하겠지만, 결국에는 "나만의 패션을 해라"라는 생각이 각인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패션을 조금 길게 호흡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품고 계시길 바라며, 제가 쓰는 글이 조금이라도 패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정성껏 쓰려합니다. 아무쪼록 잘 쓰지 못한글임에도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을밤 편집장 드림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