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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돈으로만 하는 것?

패션에 대한 오해

by 유케이

패션에는 몇 가지 오해를 품고 있다. 그중 하나는 패션을 돈으로만 한다는 것인데, 즉 돈이 많아야 옷을 잘 입는다는 공식이다. 패션은 소비재이기에 당연히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으며, 선택지가 많은 것은 패션의 난이도를 낮추고 희소성이라는 강력한 패션스킬을 만들어준다. 또한 고가의 브랜드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특유의 스타일은 중저가에서는 대체가 불가능했고, 구매한다는 전제하에 매장에서의 부담 있는 쇼핑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현대시대에 접어든 패션은 품질의 상향평준화와 SPA브랜드의 등장으로 기존 패션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SPA브랜드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와 패턴은 바뀌기 시작했다. 시장의 흐름이 이커머스로 넘어갈 때쯤 오히려 대형오프라인점포를 오픈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였고 소비자들을 불러 모아 새로운 매장 시스템과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또한 전통적인 국내 패션스토어에 부담스러운 1:1 접객방식은 찾아볼 수 없고 소비자가 직접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좀 더 주체적으로 패션을 소비하게 끔 설계했다. 매장 방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올라가고, 저렴한 가격대와 다양한 상품들은 자연스레 패션을 하기 좋은 시대로 만들어 주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스파 브랜드들은 마치 누군가 지휘한 것처럼 포지셔닝이 잘 되어 있다. 유니클로와 H&M, 스파오 톱텐 같은 저가의 스파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베이식함을 선택할 수 있고, 자라, 코스, 아르켓 등의 중고가의 스파브랜드는 색깔이 드러나는 디자인과 감도, 합리적인 퀄리티를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패션에서 이 정도의 선택지만 만들어두어도 최신 트렌드에서부터 클래식과 베이식, 희소성 있는 스타일까지 체형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을 저렴한 가격에 연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예전처럼 고가의 브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나 희소성 있는 아이템들은 제한적으로 줄어들고 대체가능한 대체품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으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당연하지만 무엇을 하든 더 좋을 수밖에 없고, 패션 또한 일정 부분은 그렇게 봐야 할 것이다. 결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대상을 반영한 패션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으며,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명품은 명품이고, 이를 소비하려면 당연히 고가의 값을 치러야 한다. 패션에 대한 욕망과 본질은 그 어느 시대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었고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시대의 욕망이 나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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