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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테이스팅파티 1

제1화. 파티를 준비하다

by 마이크 타이프

지난 금요일 (2025.06.13.), 와인 테이스팅 파티를 개최했다. 개업 이후 첫 번째 파티. 와인 시음회를 몇 번 다녀왔던 경험을 되살리며 2주 전부터 준비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다. 대략 열 개 정도 적어보면 다음과 같았다.


1. 시음 대상 와인 물색, 선정

2. 페어링 안주 메뉴

3. 입장료 결정

4. 홍보 관련 준비(홍보물, 홍보문구 등)

5. 파티에 틀 음악 리스트업

6. 기념품

7. 와인 설명자료

8. 와인 테이스팅 노트

9. 와인 공부

10. 공간 정리, 기타 등등


이 중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을 꼽으라면? 단연코 '홍보'에 관련한 일이다. 홍보물은 크게 오프라인용과 온라인용으로 나누어 준비했는데 오프라인 홍보는 전단지 홍보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고, 온라인 홍보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카카오톡 오픈채팅 정도를 준비해 보았다. 전단지를 제작해 가게 문 앞과 입간판에 붙여 놓았다. 와인바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시음회 소식과 오픈채팅방을 소개하며 참가를 권유했다.


홍보가 되지 않으면, 참가자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파티'는 시작도 못하고 끝나는 셈이니 행사일이 다가올수록 참가자 숫자에 민감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더 난감한 건 딱히 색다른 홍보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래전부터 기회가 날 때마다 벚꽃축제, 야시장축제, 와인파티 등 다양한 행사에 다녀오면서 참가 업체 등이 마련한 다양한 이벤트 행사에 참여도 해보고, 행사 사진도 찍어보고 어떻게 마케팅 기획을 했는지 리서치를 해왔다. 하지만 정작 내 가게의 이벤트를 기획하자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역시 남이 하는 건 쉬워 보이지만 막상 내가 하려면 어렵다.


다행히 친구와 지인의 도움으로 몇 명의 참가자가 확보되었고, 가게 앞 전단지를 보고 온 동네 주민, 인스타그램을 보고 시청한 참가자 분들이 한 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고, 가게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80%에 해당하는 참가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몇 명 모였냐면, 10명! (겨우 10명이라고요? 모아 보세요, 10명 모으는 게 어디 쉬운지!...)


행사 전날엔 부리나케 이주일 전 주문한 기념품을 찾아오고 그것을 담을 포장 용품을 구입했다. 택배로 받아도 되지만 처음 제작해 보는 것이라 직접 가서 보고 포장용 박스 같은 것도 직접 보고 만져본 후 결정하고 싶었다.


기념품은 크기가 꽤 큰 손수건인데 재질이 괜찮은 하얀색 순면에 내가 스케치한 그림을 인쇄해 제작했다. 연필을 할까, 텀블러를 할까, 다양한 물건들을 생각해 봤지만, '실용성-친환경-제작 가성비'를 모두 충족시킬만한 물건으로 '손수건'만 한 게 없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에 찬 물에 적신 손수건을 목에 두르면 정말 시원하다. 그래서 기념품에 동봉하는 카드에도 이렇게 적었다. "Thank you for visiting. 무더운 여름, 물에 적혀 목에 두르면 so cool!"


행사 당일엔 더 분주해졌다.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행사를 위해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은근히 밀려왔다. 무엇보다 모든 걸 혼자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좀 부담스러웠고, 좀 많이 심심했고, 때로는 외롭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런 감상(?)에 빠질 시간은 별로 없었다.


오전엔 가게를 청소했다. 뭔가 대단하게 꾸미는 것보다 테이블 밑, 책장, 진열대 등에 먼지 없이 깔끔한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름 꼼꼼하게 여기저기를 닦았다. 점심은 햄버거로 때우고 행사 성격에 맞게 테이블을 재정렬했다. 자체 제작(?)한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프린트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이번 행사엔 특별히 '아로마 체험 공간'을 마련해 본다. 와인 시음회를 가보면 궁금했던 게 있었다. 와인을 소개하면서 "이 와인은 제비꽃향과 육두구향이 나면서 굉장히 푸르티하고, 미디엄-풀바디를 자랑하는...", 뭐 이런 휘황찬란한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제비꽃향이 어떤 향인지, 육두구향은 또 어떤 냄새인지를 알아야 와인의 아로마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와인에 담긴 여러 아로마를 후각과 미각으로 포착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맛이 어떤 자연물의 맛인지 알아야 시음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시음회를 위해 열 가지 각기 다른 향의 시향 베이스를 구입했다. 레드와인의 아로마와 풍미를 묘사할 때 흔히 언급되는 푸르티 계열의 향 다섯 가지(라즈베리, 스트로베리 등)와 기타 다섯 가지(육두구, 제비꽃 등)를 준비해 솜을 넣은 유리병에 몇 방울 떨어뜨려 시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행사 한 시간 전, 와인 안주를 세팅했다. 6가지 치즈를 잘라 종류별로 디스플레이했다. 치즈는 생각보다 민감한 음식이라 잘라놓은 후 한두 시간이 지나면 금방 겉면이 말르고 향이 날아간다. 그래서 행사 직점에 썰어 놓아야 한다. 과일도 마찬가지. 행사 몇 십분 전에 깎아 래핑을 한 후 냉장고에 보관해 놓았다가 행사가 시작되면 테이블에 내놓아야 한다.


행사 30분 전, 겨우 준비를 마치고 한숨 돌린 후 프린트해 놓은 시음 대상 와인 설명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나이가 들면서 두뇌도 쇠퇴한 탓인지 몇 번을 읽어보아도 빈티지 연도, 숙성의 특징, 와이너리의 역사 등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써놓은 걸 보면서 설명해도 되지만, 그건 좀 아마추어 같아서, 폼이 안 나서 , 내키지 않는다.


중얼중얼 리허설을 하니 목이 말라 물 한잔을 마시는데, 7시가 채 되지 않아 참가자 중 2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모객에 많은 도움을 준 지인과 가게에 처음 와본다는 친구.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은 가게를 둘러본다. 준비 많이 하셨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담소를 나누며 준비를 마무리하니 7시. 음악 볼륨을 한 단계 키웠다. 출입문은 미리 열어둔다. 잠시 후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와인 테이스팅 파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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