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에 비행기를 타면 좋은 점이 있다. 시차 적응이 딱히 필요없다. 피곤한 상태가 현지에서 자기 전까지 계속 이어져서 그런가. 전날 현지시각 9시에 잠이 든 우리는 5시30분까지 깨지않고 숙면을 취했다. 평소 출근할 때도 일어나서 20분 안에 집을 나서는 우리가 5시 30분에 일어난 이유는 딱 하나! 조식이다. 사파리 투어가 정해져있는 점심시간이 있고 피곤한 일정이기에 아침은 필수였다.
간단히 세수하고 방을 나왔다. 보통 6시에 조식이 시작되면 지금쯤 준비하고 있겠다고 생각하며 로비로 향했는데 식당에 불을 커녕 직원도 볼 수 없었다. 오잉. 하며 시원한 아프리카의 새벽공기를 느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뒹굴대며 10분정도 지났을까. 이제는 진짜 6시였다. 다시 내려가니 아까와 똑같은 상황.
6시 30분 집합시간이기에 애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N을 쳐다봤다. 오늘 아침을 부실하게 시작하면 저 눈은 원망의 눈으로 변할거다. 육개장에 물을 올렸다. 어제 비행기에서 받은 빵과 초콜릿 과자, 탄산까지 조촐해 보이자만 무척 풍성한 첫 조식이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집합시간이었다. 로비에 내려가니 어제 잠깐 봤던 백인 커플과 리셉션 직원이 있었다. 우리의 소중한 라면이 든 캐리어의 보관을 마치고 나니 우리를 태울 가이드가 도착했다. 사파리 투어에서 사용하는 차량은 총 8명 정도 탈 수 있는 사파리 차다. 아까 봤던 백인커플과 짐을 실으며 간단히 인사를 했다. 스페인에서 온 커플이었다. 그 커플이 뒷 자리 기준 운전석과 가까운 자리를 선점했고 우리는 다음으로 좋아보이는 맨 뒷자리에 자리를 정했다. 끝자리 중간에는 아이스박스를 넣는 선박이 있어 그곳에 우리의 가방을 둘 수 있었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나머지 두 명을 태우기 위해 다른 숙소로 향했다.
새벽의 이슬비가 내렸을까?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니 진흙탕 바닥에 흙탕물들이 곳곳에 있는 마을을 지났다. 등교를 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가는 아이들 입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내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아들의 환경과 상대적인 나의 시선으로 비교했을 때 불우한 환경이지만, 웃음만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행복해보였다. 그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내게 '행복이란 이런거야'라고 마치 속삭이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이번에는 영국 여자 아이들 두 명을 실었다. 이 친구들은 숙소가 롯지가 아니고 텐트로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고 하는데, 만약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재워달라는 넉살스러운 부탁을 스페인과 한국 커플에게 모두 부탁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모인 우리는 '타랑기레 국립공원'을 향해 갔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본 생명체를 말하자면 '바퀴벌레'다. 이 녀석을 발견한 것은 국립공원으로 가기 전 마트에서 산 물을 아이스박에서 옮겨담을 때 였다. 나무로 된 위 판자 뚜겅을 열자마자 보이는 바퀴벌레. 물을 넣으려고 하니 어디론가 바로 사라졌다. 사람 눈에 바퀴벌레가 보이면 이미 그곳은 바퀴벌레로 가득하다고 하는데 이정도면 차 안이 바퀴벌레로 가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서워한다. N과 같이 있을 때 벌레가 나온다면 방문을 닫고 N을 가둬버린다. 천장에 있어서 팔이 안 닿는다고 해도 소용없다. 그렇게 3분 정도 시간이 지나 잠잠해진 N을 확인하고 방문을 열면 문제가 항상 해결된다. 이렇게 벌레를 싫어하는 데,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난 바퀴벌레는 별로 두렵지 않았다. 갑자기 멋이라는 것이 폭발해버린 걸까? 지금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아프리카지'라는 뽕에 차있었던 것 같다.
지금 가고 있는 '타랑기레 국립공원'은 바오밥나무로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각 국립공원마다 생태계가 조금씩 달라서 공원들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데, 가장 큰 나무로 유명한 바오밥나무가 많다는 설명에 들떴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 지나니 건물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끊임없는 초원이 이어졌다. 킬리만자로산을 제외하면 큰 산들이 없어 평지 지대가 주로 이뤄졌다. 몽골에 일전에 가본 적이 있는 N에게 물었다.
"몽골도 이래?"
"음... 몽골도 이런 느낌인데, 아니네! 저기 봐"
"응?"
(전봇대 쪽에 누들이 있다)
N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저 멀리 누 10마리 정도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직 국립공원 도착 전인데 마치 자기 서식지 마냥 뛰어다니는 누를 보며 '아! 아프리카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앞에 있는 영국 여자가 가이드에게 물었다.
"저기 누들이 뛰어다니는데, 사자도 여기 있을수도 있어?"
"응 있지"
"그럼 어떻게 해"
"공원 주변에는 마사이족들이 사는데, 개네들이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사자 같은 맹수가 있으면 공원에 보고해. 그럼 공원 관계자들이 나와서 다시 공원 안으로 들여놔"
신가했다. 사실 나도 궁금해서 N에게 '사자가 나오면 어쩌지'라고 말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는데 물어봐주다니 너무 좋았다. 나는 궁금한게 많다. 하지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서로 궁금하면 인터넷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렇게 그룹투어를 가니 궁금한 부분을 알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같이 알 수 있다는 그룹투어의 매력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표를 사러간 사이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화장실 앞에는 죽은 동물들의 뼈로 구성된 조형물이 있었다. 조형물이라 하기 좀 어렵고 뼈로 쌓은 탑? 한국에서는 박물관가서나 볼 수 있는 뼈들이 옹기종기 섥혀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바라보며 이제 이 뼈들의 동물들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에 설랬다. 그 감정을 가슴에 안은채 차에 올라탔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는지 모르겠는 우크리이나 여성분이 합류했다.
사파리에 들어가고 바로 차량의 뚜껑을 열었다. 열린 뚜껑을 통해 차량에서 일어나 동물을 관찰하는 구조인데, 모두 신나서 일어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입구를 통과했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가이드가 엑셀을 왱! 하며 밟았다. 무전기에는 어느순간부터 스와힐리어로 바쁘게 동물들의 위치의 공유가 일어났다.
근처에 동물이 있는지 가이드가 엄청난 속도로 밟았다. 사파리를 알아볼때 '게임 드라이브'라는 용어를 써서 궁금했는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왜 '게임 드라이브'라는 이름이 붙었는 지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우리와 같은 차들이 줄줄이 세워져있었다. 차들의 사람들이 모두 미어캣마냥 일어나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빠르게 쿠팡에서 산 오페라글래스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