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a lions"
가이드가 바라본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나와 N도 자리에서 일어나 쿠팡에서 구매한 오페라글라스를 부랴부랴 꺼냈다. 저 멀리 암사자 2마리가 보였다. 그 모습이 비이상적이고 이상했다. 고작 해봐야 유리창에 갇힌, 아니면 철장 안에 멀리 있던 사자만 봤던 나였는데 이곳에서 열린 공간에 있는 사자들을 보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 일정이 끝날 때까지 내가 봤던 모든 차들은 철장은커녕, 이거 사자나 동물들이 마음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차였다. 모두 밖을 구경하기 위해서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놓은 상태. 동물도 동물이지만 우리, 지금 구경하고 있는 인간들도 자연 그 자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저 멀리 보였던 사자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보여줬다는 듯 수풀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처음부터 사자라니 BIG 5 중에 하나를 깼다는 생각에 설렘의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사자가 사라진 후 모든 가이드차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서 떠났다. 우리도 차량에서 끊임없이 브리핑하는 무전기 소리, 가이드의 이끌림에 따라 '게임 드라이브'의 여정을 떠났다.
아까 말했듯 아프리카 사파리에는 BIG 5 동물이 있다. 그중 몇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 그중 몇은 보기 힘든 동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자, 코끼리, 버펄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며 코뿔소, 레오파드(표범)는 보기 힘든 동물이다. 우리는 이동 중 코끼리와 버펄로, 품바들을 봤다. 어쩌면 오늘 나머지 2 개체도 보면서 BIG 5를 다 만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동 중에 느낀 것은 이 드넓은 땅에서 동물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드레날린은 미친 듯 뿜어져 나왔지만, 동물들을 만나는 기회가 적었기에 다시 정상 수준의 수치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커다란 바오바브나무의 줄기를 먹고 있던 코끼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났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어찌나 가까운지 코끼리가 체온을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귀를 펄럭이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릴 정도로 가까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피크닉 장소로 향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쓰는 피크닉 장소인데 여기서 가이드가 준비한 콩볶음, 야채볶음, 날리는 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칠리와 케첩을 베이스로 한 음식들이 지친 나를 회복시켜 주기에는 약간 모자랐다. 가방에 있는 맛다시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고 사실 귀찮아서 '오늘은 참자'라며 N에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장소이기에 깡패 원숭이들이 즐비했다. 약삭빠른 녀석들은 호시탐탐 우리의 음식을 노렸다. 가이드가 내쫓아주긴 했지만, 신흥 인종차별이라고나 할까나? 그 지역 가이드인 흑인들이 내쫓을 때는 도망가다가 나나 N, 그리고 백인 친구들이 원숭이에게 가라고 손짓할 때는 오히려 성을 내기 일쑤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드라이브를 떠났다. 우연히 마주친 관경은 암사자들이 품바 1마리를 사냥하려고 몸을 낮추고 기다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사피리에서 사냥장면을 보는 것은 선조의 공덕을 쌓여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 사냥이 밤이나 새벽에 이루어지고 차량이 지나다니는 장소보다는 수풀진 그들의 영역에서 일어나기에. 이날 우리가 있던 공간은 차들이 다니는 공간, 그리고 시간은 오후 3시 정도였다.
모두 숨죽이며 관찰했다. 처음에 3마리로 보였던 사자들은 우리의 뒤에서 옆에서 한 마리씩 더 나왔고 총 5마리의 사자들이 품바 1마리를 응시했다. 눈치 못 챈 듯 종종 갈길 가지만 본능적으로 수푸링 우거진 먼 곳으로 가는 품바를 사자들이 쫓았다. 이쯤이면 사냥가능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할 때까지 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사냥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다. 품바가 죽었는지, 사자가 사냥을 성공했는지 알 수 없다. 품바 1마리가 사자 5마리를 배부르게 할 정도인가도 알 수 없지만. 자연의 관경이, 우리가 말로만 들었던 약육강식의 사이클을 봤다는 그 자체가 너무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첫날 사파리 일정이 끝나갈 즘 다리가 따가웠다. 흡혈파리라고 하는 녀석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지났는데 이 녀석들이 깨물면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가웠다. 사파리에 오기 전 검정옷을 싫어한다는 것을 본 거 같은데 나는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했다. 젠장.. 이럴 거면 알아보지나 말지. 앞에 앉아있던 영국 여자의 허벅지 쪽 바지에 피가 묻어있었다. N이 발견하고 괜찮냐고 말을 하자. 갑자기 영국 여자아이가 바지를 훌렁 벗었다. 어떤 원인인지 찾고 싶은 마음인 것은 알겠는데 갑자기 앞사람이 바지를 벗는 것을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놀랐다. N도 똑같은 거 같다. 둘 다 서로 흔들린 동공을 응시했다. 다행히 영국친구는 벌레에 물린 것이었고 별일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파리 일정이 끝나고 스페인 커플과 우리는 롯지로 영국친구들과 우크라이나 여성은 텐트로 향했다. 먼저 롯지에 도착할 때쯤 가이드가 일정에 대해 말했다. 원래 일정은 내일 가까운 국립공원을 가고 세렝게티로 향하는 일정이지만 세렝게티를 먼저 갈 수도 있다고, 어떻게 하겠냐고. 모두 세렝게티를 가겠다고 했고 우리의 순서가 되었다. 한국인 특. 아무래도 상관없어요를 되지도 않는 영어로 말했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알아들었구나 생각한 가이드는 생각해 보고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도착한 Suricata bamba lodge. 아무래도 우리 밖에 손님이 없는 것 같지만, 독채 방에 좋은 시설에 반해버렸다. 각 독채방은 동물이름이 '스와힐리어'로 쓰여있었는데 우리가 배정된 방은 코끼리를 말하는 'Tembo'방이었다. 내일 세렝게티에 가지 않는다면 이 공간에서 연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내일 세렝게티 안 가고 근처 공원 갈게!' 가이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씻고 밖을 보니 수영장도 있었다. N과 수영장으로 향했다. 이미 스페인 친구들은 수영 한바탕하고 즐거운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저기 공연도 하는데 한번 봐봐, 재밌어"
수영장에 도착하니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직원 4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공연 볼래?"
"응!"
2명을 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의 리듬에 맞춘 댄스와 차력쇼들. 안산에서 동춘 서커스를 본 게 이런 공연인 거 같은데 지금은 참여형이었다. 마지막에는 우리도 함께 되어 춤추고 즐기는 공연. 맥주 한 병을 먹으면서 공연을 즐겼고 팁을 지불했다. 그러다 보니 밥 먹을 시간. 저녁밥은 뷔페식이었다. 아 밥도 맛있다. 전생에 아프리카 사람이었나 싶다.
밥을 먹고 나오니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이 우리를 반겨줬다. 이게 자연이라고 어서 오라고 우리에게 속삭였다. 배부르고 피곤하고 잠이 쏟아졌다. N은 바로 잠에 들었고 나는 이 기분을 남겨놓고 싶어서 끄득끄득 옆에서 일기를 쓰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