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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Mar 26. 2021

사람들은 직장이 아니라 나쁜 상사를 떠난다

한 직장에 오래도록 근속하는 사람에게 직장에서 어떤 기분인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직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오래 다닌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에서 함께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대상으로 ‘퇴사 사유’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퇴사사유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었다.


갈등이라고 부르는 요소의 이면에는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거나 허락하지 않는 태도가 담겨있다. 물론 대화와 소통이라는 방법을 토대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성적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착실히 고등 교육을 받지만 감정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교육받지 않는다. 결국 감정은 표현하지 않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에 감정을 표현하는 교육을 받지 않아 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상대방과 대화해야 하는지 모른 채 감정을 표현하면 오히려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로 학습하지 않고 <감정의 발견>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천부적인 통찰력을 지닌 극소수의 사람뿐이다. 그래서 감정을 다룬다는 건 말 그대로 '사회적 스킬'이다.


<감정의 발견>에서는 1부에서 감정을 표현할 자유에 대해 언급하고, 2부에서 감정을 다루는 다섯 가지 기술을 설명한다. 그리고 가정, 학교, 직장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적용점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왜 직장이 아니라 나쁜 상사, 즉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을 떠나는지 책을 통해 학습해보자.



우리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오랜 직장 생활에서 가장 신뢰를 형성했던 리더가 한 명 있었다. 우울증을 오래도록 앓다가 상담을 받고 심리 독서를 학습하면 감정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 괜찮아질 무렵이었다. 그동안 겉으로 꺼내지 않고 있었던 내면의 울림이 하나둘씩 명료해지고 표현이 가능한 시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던 마음의 아픔이 아직도 고통 속에 있었다는 점이다. 정신과를 방문하여 자초지종을 모두 이야기했다. 의사는 '강박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했다.


한동안 직장에서 깊게 가라앉은 감정 상태로 지냈다. 친한 동료에게도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안부를 묻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피곤하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감정은 무시한다고 해서 제풀에 사라지지 않는다. 저절로 해소되지도 않는다. 언젠가 갚아야 하는 빚처럼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 해일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직장 내 리더였던 상사가 요즘 얼굴에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인다며 걱정스러운 질문을 건넸다. 리더의 질문에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수많은 말을 대변하는 답변이 나왔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기분은 괜찮아요?"
"저 정신과 진료를 받아서요. 많이 힘드네요."


주간 회의 시간으로 필히 참석해야 하는 회의였지만, 리더는 나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려고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1시간 동안 그간 혼자 끙끙 앓던 마음고생의 짐을 덜어놓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리더의 감성 능력은 개인에게도 물론 유용하지만 공동체 속에서 활용하면 큰 가치를 발휘한다.

리더와 1시간의 대화를 마친 이후 직장 내에서 생활은 그전보다 월등히 나아졌다. 이처럼 감정은 여러모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감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다섯 영역을 연구했다. 주의력의 방향을 지정하고,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감정은 사회적 관계와 건강뿐만 아니라 창의성, 효율성, 성과와 관계가 깊다.


우리 자신이나 아이들의 생활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고 균형을 잃지 않도록 애쓸 필요는 있다. <감정의 발견> 67p


감정의 균형감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3배 더 강력하다. 긍정은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지 않지만 부정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균형 있게 만들려면 부정의 영역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감정의 발견>에서는 감정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감정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말고 책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기술을 습득해보면 어떨까 한다.



감정을 다루는 다섯 가지 기술


<감정의 발견>에서는 감성 능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RULER)를 언급한다. 그 첫 번째는 감정 인식하기(Recognizing)다. 지금 어떤 기분이 드는지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감정을 자주 인식하다 보면 어떤 패턴으로 행동이 나타나는지 인지할 수 있다.


감정을 충분히 인식한다면 감정 이해하기(Understanding)로 넘어간다. 감정을 이해하려면 조망 수용 능력, 현재 상황을 이끈 감정과 사건을 종합해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질문하지 않는다면 아직 기술을 익히지 못해다는 뜻이며, 대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익힌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망 수용 능력은 타인의 관점이나 입장 등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직장 내에서 여러 관점과 입장을 고려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권력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이러한 리더의 모습에서 의사소통 오류가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어떤 상태인지 예측하여 독심술을 발휘하지 말고, 질문하며 행동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리더와 직원의 유대감은 형성된다. 이러한 유대감과 더불어 직장 내에서 자신의 업무를 소화해낸다면 리더의 신뢰는 한층 향상될 수 있다.


<감정의 발견> 무드 미터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감정에 이름 붙이기 (Labeling)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관심을 사로잡는 감정은 화, 두려움, 슬픔, 수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삶에 도움이 된다. 고통의 원인을 찾고, 인정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그만큼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 있다. <감정의 발견> 표지를 넘기면 무드 미터라는 감정의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여러 번 살펴보며 어휘를 습득하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 어휘로 사용되는지 알았다면 그다음은 감정 표현하기 (Expressing)다. 감정 표현하기는 다섯 가지 기술 가운데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표현하려는 내용과 대상에 따라 민감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열려 있는 솔직한 자세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직함이 가져올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민감한 순간이라 회피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지만 감정에 대해 침묵하면 고통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감정 표현하기의 핵심은 편견 없는 '경청'이다. 표현은 상대가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기술이다. 듣는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어떤 유용한 결과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리더의 역량에 '경청'도 포함되어야 한다.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전달하는 리더의 곁에 남을 사람은 없다.


마지막으로 감정 조절하기 (Regulating)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 '협력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유아의 사회적 감정 회로는 인생 초창기에 형성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준다.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경청하는 태도는 인생에 걸쳐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감정의 발견>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기술을 학습하고, 우리 인생에서 거의 대부분을 보내는 가정, 학교, 직장에서 감성 능력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특히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리더와 직원 간의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물론 처우 문제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 상사가 소통하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오래도록 직장에 머물며 신뢰감을 형성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이를 대변해 준다.


참고 도서 : 감정의 발견

저자 : 마크 브래킷(Marc Brackett Ph.D.)

출판 : 북라이프

발매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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