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것들을 위한 동시
걸레.
삐---! 엑스!
누더기.
삐---! 엑스!
내 속싸개를 그렇게 말하지 마요.
내 보물이라고요.
속싸개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요.
속싸개 냄새를 맡으면 잠이 솔솔 와요.
내 속싸개는 제일 소중해요.
엄마 귀걸이보다 더요.
아빠 게임기보다 더요.
근데 왜 자꾸 내 속싸개를 버리라고 해요?
속싸개가 없으면 난 슬플 거예요.
그러니까 좀 기다려봐요.
나한테만 기다리라 하지 말고요.
나는 계속 자라고 있어요.
조금 더 크면요
속싸개랑 멋지게 빠빠이 해볼게요.
첫째 아이의 애착 인형은 본인이 사용하던 병아리 속싸개입니다. 이 속싸개는요, 신생아 시절에는 부르르 떨리는 몸을 감싸기 위해 쓰다가 점차 담요처럼 사용했지요. 그러다 아마 돌 즈음이었을 거예요. 아이가 졸릴 때 속싸개를 안고 냄새를 킁킁 맡으면 이내 잠이 들더군요. 그 후로 저희 부부는 속싸개를 아기의 수면 필수품으로 사용했습니다. 흐흐흐 잠을 잘 자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는 걷고 뛰며 말도 조금씩 늘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속싸개는 늘 언제나 아이 곁에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에게는 속싸개가 애착 인형이 된 거죠.
참 귀여웠습니다. 아이가 속싸개에 코를 대고 끌어안고 잠든 모습이요. 그러다 문득, 저는 아이가 속싸개가 안 보이면 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떠날 때도 어린이집에 갈 때도 항상 속싸개를 지녔는데요. 그때 엄마의 눈으로 애착 속싸개의 부재가 아이의 불안과 관계가 있겠다는 걸 처음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점차 걱정이 커졌습니다. 혹시나 이걸 평생 갖고 다녀야 하진 않을지, 아이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부모의 불안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애착 속싸개에 구멍이 뚫리고 헤지더니 수타면처럼 찢어지지 뭐예요. 심지어 면발의 수준을 초월해 점차 걸레, 누더기의 모양으로 변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런 걸 갖고 다니게 한다고 욕을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속싸개를 버리자고 조심스레 제안했었죠. 그 말을 들은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습니다. 차마 버릴 수가 없더군요. 대신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똑같이 생긴 속싸개를 사줬어요. 그런데 냄새가 다르다고 싫다네요. 원래 쓰던 속싸개 냄새가 좋아서 없어지면 슬플 것 같다고 말하데요. 아이를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지금 다섯 살입니다. 올초부터 유치원에 다녀요. 입학 전에는 행여 속싸개를 유치원에 가져갈까 봐 염려스럽더군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처럼요. 이번에도 속싸개를 챙기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그러지 않겠답니다. 낡고 헤진 물건을 보면 친구들이 놀릴 수 있으니까 집에서만 쓰겠다고 또박또박 의견을 표시하더군요.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애착 속싸개는 집 안에서 덩그러니 놓여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아마 아이는 속싸개와 서서히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여전히 잠잘 때는 꼭 필요하지만요, 아이는 오늘도 자라고 있으니 기다려보려고요. 자기 물건이 소중하다는 아이의 마음을 부모도 존중하려고요.
About 애착 인형
아이의 기본적인 애착형성 시기는 6~36개월 정도로써, 아이는 주양육자인 엄마와 자연스럽게 애착관계가 형성이 됩니다. 엄마와 분리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엄마를 대신하여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제2의 애착 대상을 자신의 인형, 담요, 베개 등으로 삼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애착 인형에 집착하는 시기는 만 3세 정도까지라고 합니다. 5~6세가 되면 아이 스스로 자신만의 사회를 구축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애착 인형에 대한 집착이 감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출처 : 애착 인형 없으면 불안해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할까요? - 매일경제 (mk.co.kr)
* 첫 번째 그림은 아이가 표현한 속싸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