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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

by 유 빈 Mar 23. 2025

바람이 분다.


시려오는 눈을 감고 다시 뜬다.


그날 바람의 온도는 어떠하였는가,


차가워서, 너무 차가워서,


눈시울이 자꾸만 붉어지는걸요.


스치듯 만난 인연은 붙잡고 싶었고,


마주친 이별은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두렵습니다. 지금, 지금요.


부르는 소릴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


희미해져 가는 의식과,


잃어가는 소리와,


나를 위한 안식,


조금만, 조금만 있다 가면 안 될까요,


나를 볼 수 없더라도,


재가 되어 날아가더라도,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때 해둘걸 그랬나 봐요.


자꾸, 후회만 하게 됩니다.


남아있을 사람들은, 빨리 오지 않았으면 해요.


이곳은 아주 평온하지만,


아직 그이를 볼 자신이 없습니다.


혼자 남아 이곳을 더 보고 싶어요,


다양한 꽃들과, 바다의 전경, 노래하는 새,


은은한 바다내음,


산들거리는 바람,


따스한 햇볕으로 가득하게,


당신은 나의 전부였으니까,


그러니 부디,


언젠가 당신 곁을 지켜줄 사람들이 있으니,


두려워 말고, 앞으로 만,


바라본 길을 걸어가요.


나는

.

.

.

당신의 사랑을 받을 꽃이 되어,

당신의 사랑을 노래할 새가 되어,

당신의 사랑을 품을 수 있는 바다가 되어,


머무를 수 있으니까, 버틸 수 있으니까,


괜찮으니까,


일찍 찾아오지 않기로 해요,


아직, 보여주기엔 부끄럽습니다.


당신만을 위한 자리를, 더 돌봐야겠습니다.


다시 만나면,


나는 꼭 당신만을 바라보겠다고,


찾아온 여명에 제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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