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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 배신을 당한 적이 없다

인생공식, 양순자

by 정강민

배신이니 뭐니 하기 전에 내 진심을 확 열어놓고 보여주자는 말이야. 내 상처를 먼저 보여주란 말이야. 친구들을 만났으면 내 이야기를 해야지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 아내 이야기하면서 헛세월 보내서야 되겠어? 그렇게 내 속을 다 보여준 다음에, 그다음에 배신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하자는 거야. 배신이 뭐야? 믿음을 저버리는 거잖아. 어떤 사람을 믿는다는 건 내 속에 있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고, 해놓고 불안하지 않아야 하잖아. 그런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배신은 무슨 배신이냐고.


그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진짜 마음을 열고 아낌없이 줬는데 상대가 배신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 상처를 어떻게 하냐고. 맞는 말이야. 상처가 생기지.


여기서 우리는 흔히 말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거야. 첫째는 적당히 주고 적당한 관계 유지하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 만나면서 스스로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는 게 있어. 둘째는 내 진심을 드러내놓고, 진심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다가 어쩌다 배신을 당하는 것. 사실 이럴 때 배신당하면, 하는 놈이 나쁜 놈이지 진심을 준 사람이 바보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야.


나는 두 번째를 선택했고 그렇게 살아오고 있어. 그렇잖아. 사람이 자기가 관계 맺고 있는 사람한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게 얼마나 슬픈 일이야. 차라리 어쩌다가 배신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내가 저 사람한테 소중한 사람이고 저 사람이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 게 훨씬 좋지 않아?

-<인생공식> 양순자



자신을 진심으로 다 보여준 게 아니라, 적당히 주고받은 관계에서는 배신을 배신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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