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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은 숨을 참는 것만큼 어렵다

호흡이 아니라 숨을 참는다

by 정강민 Jan 13. 2025

오늘 나는 킥판 없이 25미터를 한 번에 헤엄쳤다. 어설프게 두어 번 숨을 고르고 거의 숨을 참은 채 끝까지 도달했다. 도착하자마자 입을 벌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생존을 확인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문득 어떤 일본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생각하는 것은 숨을 참는 것만큼 어렵다.” 그는 생각의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참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흐릿한 물속에서 시야가 가리고, 귀에 물이 들어가 멍해지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순간의 숨 참기는 단순한 은유가 아닌 본능적 두려움 그 자체다. 솔직히 말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지만, 숨을 참지 못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달 전 처음 수영장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발차기, 팔 동작이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귀에 물이 들어가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빼낼 수 있다. 이제 수영장 구석구석이 익숙해졌다. 체력도 좋아지고, 물속에서의 자신감도 쌓였다. 그러나 호흡법에서의 난항은 나름 운동신경이 괜찮다고 자부해 왔던 내 자존심에 작은 균열이 온 것도 사실이다.  

    

호흡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수영 유튜브 채널 다섯 개 이상을 구독하고 강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 각 채널마다 조금씩 다른 설명을 하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물속에서 '음' 하고 코로 숨을 내뱉을 때는 얼굴을 물속에 넣자마자 곧바로 내뱉지 않고 잠깐 참았다가 뱉어야 한다. 둘째, 물속에서 숨을 100% 다 뱉어버리면 몸속에 남은 공기가 없어 다급하게 숨을 들이마시게 되므로, 약 50%만 뱉고 나머지 20%는 얼굴을 돌려 공기 중에서 뱉는다. 마지막으로 30% 정도는 가슴에 공기를 늘 남겨둬야 몸이 물에 잘 뜬다. 숨을 모두 내뱉고 나면 몸이 쉽게 가라앉는다.  

    

요약하자면,

얼굴을 물속에 넣고 잠시 멈춘 뒤 '하고 숨을 50% 정도만 내뱉는다.

얼굴을 돌려 공기 중에서 나머지 20%를 내뱉고들숨으로 70% 정도를 들이마신다.

가슴에는 항상 30% 정도의 공기를 남겨둔다.     


또 한 유튜버는 덧붙였다. “호흡법이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만으로 오래 수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1,000미터 달리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1,000미터 달리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호흡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폐활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강도 높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수영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숙지한 후 물속에서 실전에 옮겨보았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다만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니 내가 어디에서 잘하고 잘못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었다. 

     

‘행동을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행동을 앞당기고,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곧 길이 된다.’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그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아니면 그것과 동행할 결심을 해야 비로소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오늘 오전 법륜스님의 강연에서 “인생은 가볍게 다가가야 한다. 너무 무겁게 접근하면 안 된다.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최선을 다하고도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처음에는 모순처럼 느껴졌지만, 이렇게 해석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지금 익히고 있는 수영의 호흡법에 최선을 다하되, 오늘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가볍게 받아들이겠다고. 그리고 내일 또다시 최선을 다하고, 내일 맞이할 결과 또한 담담하게 수용하겠다고.     


비록 지금은 숨을 참고 물을 먹으며 헤매고 있지만, 지속하기만 하면 언젠가 내 수영에서 호흡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날의 자유로움을 떠올리며 오늘도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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