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by 빅토리아백

젊고 아름다웠지만 철없던 청춘이었을 때 그를 만났다. 그는 나의 첫사랑이었고 그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은 서툴고 힘들었다. 얄팍한 자존심으로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솔직하지 못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와 함께 한 현실은 대화가 되지 않고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모습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그도 물론 나로 인해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48세를 넘기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올해 52세가 되었다. 나는 점점 늙어가고 있는데 내 기억 속의 그는 여전한 청년이다. 그가 하늘에서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행복해져라 제발 선욱아!”라고 말하겠지. 나도 그가 하늘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와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작별을 하고 그 순간들이 지니는 의미를 돌아본다. 그 만큼 잘생기고 똑똑하고 듬직하고 남자답고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 없다.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후회가 많을수록 반성의 시간이 길수록 삶은 겸손해진다.


헤어졌지만 여전히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있다. 두 남녀는 빨간 끈으로 묶여있다. 보통의 인연은 하얀 끈으로, 하늘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은 빨간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주목하는 부분은 '빨간 끈은 아주 길다'라는 사실이다. 몹시 길어서 그 끝에 누가 있는지 금방 찾을 수는 없다. 멀리까지 가서 헤매야 등 뒤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오고 그런 후에 뒤를 돌아보면 거기 오래 찾아 헤매던 자신의 짝이 서 있다는 것이다.


'멀리까지 가기도 하고, 또 오래 헤매야 알 수 있으나, 사실은 바로 옆에 있다'라는 것이다. 인연은 이미 옆에 있다. 바로 등 뒤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찾지 못하고 오래 방황하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자신의 인연을 찾아가는 즐거운 과정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다른 길을 선택할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 인연의 깊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고 중요해진다. 그와 헤어지고 이상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우린 하늘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인 빨간 끈으로 이어진 운명이었다 믿고 싶다.


오랜만에 그에게 다녀왔다. 요즘 비가 자주 왔다. 가려고 하기만 하면 비가 왔다. 예쁜 꽃을 사놓고 한 달이나 들고 있었다.

그는 꽃을 참 좋아했다. 연애할 때도 어찌나 꽃을 사주는지 내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항상 꽃다발을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제발 꽃 좀 그만 사고 다른 선물을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꽃을 좋아했던 그에게 외롭지 않게 계절마다 새로운 꽃을 주고 싶었다. 그는 이렇게 돌려받으려고 그렇게 많은 꽃다발을 나에게 주었을까?


그가 있는 곳에 작년에 잔디를 심고 잘 돌보지도 못했는데 파릇파릇 돋아나 있는 모습에 새삼 감사했다. 아이들이 다 대학을 갔고 건강하게 공부 잘하고 있고 코로나 속에서도 별일 없다. 나의 새로운 도전도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으니 모든 것이 감사하다.


‘꽃다발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한 송이 있을 때보다 여러 종류의 꽃이 함께 있을 때 각각의 장점은 부각되고 단점은 보완되어 화려한 꽃다발이 완성된다. 나 혼자 있을 때보다 꽃다발처럼 함께 하니 더 좋다. 내 주위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든든하고 힘이 된다. 인연은 언제나 내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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