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를 사랑 한 두 여인

by 빅토리아백

시어머니는 평소에 아들에게 “이 놈은 지마누라 밖에 모른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나는 어머님 그 말씀이 너무 듣기 싫었다. 내가 느끼기엔 그는 거꾸로 자기 어머니랑 자기 형제들 밖에 몰랐다.


남편은 자기가 못하는 효도를 나에게 떠넘기며 나를 벌세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4남매의 장남으로 한 동네에서 어머니 바로 옆에 살았다. 형제들은 자기가 자란 고향이 좋은지 결혼을 해도 모두 다 한동네에 모여 살았다. 그것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었다.


부산에서 서울로 시집온 나는 많이 힘들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며느리가 못마땅하셨겠지! 가르친다고 말씀하신 것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


나도 어디 가면 인정 못 받는 스타일이 아닌데 살림에는 영 재주가 없다.

그 뒤로 시동생이 결혼하여 동서가 들어오고 우리는 번갈아가며 해마다 임신하여 손자 4명이 태어났다.


연년생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차례상 준비하는 것은 어지간히 힘든 일이다.

명절에 차례 다 지나고 나면 며느리는 친정에도 못 간다.

나는 친정이 부산이어서 갈 엄두가 안 나서 대신 여름휴가에 다녀왔다.


어머님은 “너는 친정에 못 가서 섭섭해서 어쩌니?” 따뜻한 말 한번 안 하셔서 두고두고 한으로 남았다.

명절 때마다 시집살이 설움에 눈물이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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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랑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여인의 이야기다.

폐에서 시작된 암은 뇌로 전이되어 남편은 사람도 못 알아보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어머님은 아들이 병상에서 어린아이처럼 되었을 때도 “이 나쁜 놈아! 애미 얼굴도 못 알어보고 지마누라 목소리에만 대답하고~ ” 하고 섭섭해하셨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은 무덤에서 만났다.

나는 노란 국화와 해바라기를 준비해 갔고 어머님은 맥주와 오징어를 준비해 오셨다.



나는 기도를 어머님은 술을 따르고 말씀하신다.

“야~ 이놈아! 이 좋은 날씨에 니가 거기 누워서 하는 일이 뭐냐? 애미 안 아프고 애들 이랑 잘살게 도와줘야지!! 야~ 이 나쁜 놈아”


무덤 머리에 쑥이 잔뜩 있어서 두 여인은 양쪽에서 머리를 맞대고 낑낑거리며 “이쪽에 있다 저쪽에 있다” 의논하며 맨손으로 쑥 뿌리를 뽑느라 애를 썼다.

그는 자기를 사랑했던 두 여인 사이에서 행복했을까? 피곤했을까?

살아있을 때는 두 여인 사이에서 피곤해했었는데...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전에는 죽은 내 아들이 너무 불쌍했는데 이제는 죽은 놈이 뭘 알겠냐? 살아있는 네가 애들 데리고 살아야 할 일이 더 불쌍하다”

그렇게 밉던 시어머님이 너무 안 됐다. 어머님도 너무 불쌍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오해할 때가 있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해의 부족에서 생기는데 오해로 인해 소중한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어떤 ‘오해’(5)라도 ‘세 번’(3)을 생각하면 ‘이해’(2)를 할 수 있다.

오해에서 세 걸음 물러서면 이해가 되고 이해에서 이해가 만나면 사랑이 된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세 번을 생각하면 어떤 오해라도 풀 수가 있다. 그러면 마침내 이해를 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서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때는 철이 없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은 바보다.

나는 아들에게 물러설 것이다. 나는 아들의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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