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캔디

by 빅토리아백

나는 어릴 때 1999년이 되면 지구가 멸망할 거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어릴 때 1999년을 상상하면서 내가 그때 결혼은 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2000년대는 신기하고 낯설었다.


2000년을 맞이하고 예쁜 딸을 갖고 싶어서 간절히 원해서 2002년 딸을 얻었다.

우리 가족 중 유일한 2000년도 생이다.

첫아들은 아기 때부터 듬직하더니 딸은 요정 같았다.

캔디가 태어나고 한 달 뒤에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렸다.

갓 태어난 천사 요정을 눕혀놨는데 월드컵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와~~” 함성과 함께 온 동네가 떠나갈 듯 들썩인다. 캔디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울었다.

이러다 아기 잘못될까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온 동네가 난리이니 지금까지 유래에 없었던 국가적 축제이다.

아이 아빠에게도 제발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해도 도대체 자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월드컵 4강이라는 국가적 축제 속에서 캔디는 태어났고 월드컵이 바로 끝난 뒤 백일 때 붉은 악마 복장을 하고 두건을 두르고 축구공을 옆에 두고 백일사진을 찍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20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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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니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들이 보인다. 예쁜 것은 잠시이나 밝고 유쾌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것은 오래간다.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가 있었다.

캔디는 예쁘지는 않았지만 멋진 남자 테리우스, 한결같이 따뜻한 남자 안쏘니에게 사랑받았다.

아주 예쁘지만 짜증이 많았던 일라이자는 모든 남성에게 외면받았다. 캔디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웃었다.

그 웃음 덕분에 캔디는 멋진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빨간 머리 앤은 주근깨에 빼빼 마르고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웠다. 앤은 외모 때문에 오랫동안 고아원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길버트에게 홍당무라고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앤은 독특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말들로 이웃과 친구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갔다.

또한 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던 길버트의 사랑도 얻어냈다.

우리 딸 캔디는 유치원 때부터 아빠가 아프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까지 아프기 시작했으니 해마다 학년이 바뀌어 가족병력 조사서를 쓰면 제일 처음으로 불려 가는 관심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리 딸 캔디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으며 그 모든 것을 잘 견뎌냈다. 밝고 명랑하게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이름대로 만화 속 주인공 답게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사랑하는 딸 캔디에게..처음 너를 만났던 2002년,

아카시아와 장미꽃 향기 가득한 5월이었단다.

2002 한일월드컵에 태어났던 네가 벌써 스무 살이 되었구나.

엄마는 지금껏 너에게 고마운 것밖에 없어..

너는 아기 때부터 나의 사랑이며, 나의 요정이며

온 세상에 향기를 뿌리는 비타민 같은 존재란다.”

우리 딸 캔디는 말했다.

"엄마 참 신기해,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꼭 사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꼭 어디서 돈이 생겨 매번 똑같이 반복되니까 너무 신기해"


꼭 딸을 낳겠다며 그렇게 이뻐했던 딸이 사달라는 건 무조건 다 사주던 아빠였다.

그의 사랑이 하늘에서 전달되었을까? 그래 아빠의 선물일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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