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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백 Feb 12. 2023

내 인생은 C ( Cancer )

암... 내 인생은 암에 걸리기 전과 후로 나누어진다. 내 나이 37 세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고 평소에 감기 한번 없이 건강하던 남편이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는 순간 난 무너졌다.


일주일 이 상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도대체 나에게 닥친 암이라는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고쳐야 할지 오로지 이 생각만 했다.


일단 암 치유 사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건강식을 하고 명의들을 찾아다녔 다. 하지만 그는 4년간의 투병 끝에 가을에 영원히 잠들었다.


그다음 해에 그가 없는 봄을 맞이했던 나는 너무너무 힘들었다.  세상은 내 슬픔으로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은 피었다. 그 찬란한 봄이 내게는 온통 눈물이었다. 봄이  되면 늘 생각나는 시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이 올해도 또 피었다. 꽃 피는 3월이면 해마다  두 손에 꽃다발을 들고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던 그였다. 그러나  그가 없이 피는 꽃은 서러움과 눈물이었다.


그 고통 속에서 점점 더 지치고 힘들고 약해지고 점점 더 무서 워졌다. 죽음이라는 것이 내 옆에 가까이 있을 줄 몰랐다. 세상에는 미안한 사람, 고마운 사람, 기억하고 싶은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힘들 때 더 단단해진다. 행복해  보여도 불행할 수 있고, 불행해 보여도 행복할 수 있다. 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참된 아픔으로 세상은 더 넓어지고 세상만사의 이치가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이 힘든 세상을 살아낸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암이라는 고통을 겪으며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나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감사로 다가왔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만큼 사람 사는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또 성숙해진다. 하지만 나는 암을 만나고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삶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암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가는 "앎"이 되었다.


난 지금 어느 때보다 평안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린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헤어졌을 뿐이다.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피고 내년에도 필 것이다. 이제는 꽃처럼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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