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곳독서 Oct 23. 2021

아빠도 레고, 마지막 글

아빠가 레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었습니다.

작년 6월부터 읽기 시작한 해리포터 원서 읽기가 이번 주에 마무리되었습니다. 1권 ‘마법사의 돌’부터 시작해서 7권 ‘죽음의 성물’까지 정확히 1년 하고 3개월이 걸렸습니다. 하루에 1 챕터를 읽거나 오디오북으로 출, 퇴근하면서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인상적인 영국 발음과 마법 용어들이 자주 등장해서 어른들이 읽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이해되지 않을 때는 번역서를 함께 보면서 읽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리포터' 생각을 하면서 지냈던 것이죠.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997)

<해리포터> 레고 이야기

꽤 오랜 기간을 읽은 만큼 <해리포터>에 대한 사랑은 그만큼 커졌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해리포터를 생각하면 연관 검색어로 제 생각이 난다는 분들도 있고, <사피엔스> 같은 책을 읽다가 해리포터에 대한 예시가 등장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해리포터 원서 세트도 나중에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함께 읽기 위해 미리 한 세트를 더 사놓았습니다.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잘 보관하고 있어요. 또 해리포터 20주년 기념으로 나온 기숙사 버전 양장본 책도 몇 권 사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덕후라 볼 수 있을까요?

<해리포터> 원서 세트, 영국판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해리포터 레고도 함께 사서 모았습니다. 아들이 레고를 사달라고 할 때 해리포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도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관심을 보였고, 아빠의 의도대로(?) 아들을 해리포터 레고를 골랐습니다. 물론 아빠인 제가 고를 때도 많았죠.


마법사들만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나이트 버스, 크리스마스 연회가 열렸던 호그와트 시계탑, 해리가 킹스크로스 스테이션에서 매년 타고 호그와트로 갔던 빨간색의 강렬한 호그와트 기차 그리고 해리포터의 무대인 런던까지 생각보다 더 많은 레고를 샀네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들의 바람보다는 아빠의 욕심으로 샀던 레고입니다. 아직 3개의 해리포터 레고가 남아 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왼쪽은 나이트버스, 오른쪽은 호그와트 시계탑
왼쪽은 호그와트 기차, 오른쪽은 런던

<해리포터> 책 이야기, 그리고 19년 뒤

해리포터 8권


해리포터는 해리와 친구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낸 7년의 시간이 담겨있습니다. 아이들은 매년 9월 학기를 시작해서 1년간 수업을 받고 방학 때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부모가 없는 해리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혈육인 페튜니아 이모집에서 살아갑니다. 이모부인 더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심술궂은 이미지로 나옵니다. 아들인 리틀 더즐리도 비슷하죠.


7권의 <해리포터> 책에는 수많은 마법사와 마녀, 인간, 집요정, 용과 뱀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생명들이 등장합니다. 이 많은 것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조앤 롤링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은 마법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겠지만, 어른들이 읽는 이유는 뭘까요?


제 생각에는 책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부끄럽고 약한 아이 같은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으로 등장하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부터 많은 교수들 그리고 어둠을 상징하는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해리포터를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원서로 읽으면 영어공부도 자연스럽게 되고요.


그리고 7권을 읽으면서 <해리포터> 8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7권의 마지막에 한 챕터로 등장한 그리고 19년 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도 아직 안 읽어봐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껴두고 천천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빠도 레고

아들을 사준다는 핑계로 많은 레고를 샀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종종 그런 일은 있을 것 같아요. 대신에 아빠가 사고 싶은 레고는 직접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들이 살 때처럼 마음 편히 살 수는 없겠죠?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고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길 듯싶습니다.


일단 집에 있는 해리포터 레고부터 천천히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처음엔 아들과 함께 만들었던 레고에서 아들 혼자서 만드는 레고로 변경되었고, 이제는 아빠가 혼자 만드는 레고가 되었네요. 매거진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아빠도 레고>


아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의 방'에서 이제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입장 시간은 미드나잇! 요즘 인기 많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들을 재우고 고요한 나만의 시간에 조용한 음악과 함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레고를 만드는 것이죠.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에 들어있는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많은 고민들을 내려놓고 레고를 만들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봐야겠습니다.


1 동안 읽었던 <해리포터> 끝났고, 아들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기 위해 즐겁게 적었던 <아빠도 레고>  글이 마지막이   같습니다.

안녕? 해리포터, 안녕! 레고.

 


이전 11화 매주 일요일, 아들에게 일기를 씁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