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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Dec 09. 2024

[6년 차]4. Co-promotion회사와 같이 일하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을까? 

두 번째 회사에서 새롭게 했던 경험은 co-promoiton회사와의 협업이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도 Co-promotion을 국내사와 진행하고 있었지만, 

co-promotion의 계약을 맺거나 이행하는 부분은 BD(Business Development) 팀에서, 실제 업무 진행, 협업, 교육은 다른 팀이 나눠서 담당했기에 내가 직접 co-promotion 회사와 만나 일을 할 기회는 없었다. 

다만 co-promotion 사에서 자사 제품을 '주문'해 가는 것도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특정 시점마다 회사의 매출이 부족한 경우에 이렇게 co-promotion사를 활용해 '주문을 밀어 넣는' 행위들이 종종 자행되고, 그걸 일본계 회사답게 '오시우리(おしうり: 강매, 억매)'라고 부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두 번째 회사는 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계약 진행은 BD 팀이 하지만, 실제 업무 진행, 협업 등은 마케팅이 BD팀과 함께 co-promotion사의 교육은 마케팅이 당했고, 

주기적으로 co-promotion 사와 만나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사 임원과 함께하는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담당하는 주요 제품이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제품인지라 그 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질병이 얼마나 유행을 할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대략 연간 발주를 어느 정도 할 것인지를 맞춰보는 자리였다. 

작년이 Co-promotion을 시작한 첫 해였기에, 작년을 리뷰하며 올해 어떻게 할지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자료를 준비하는 내내 전무님은 다른 미팅보다도 더 꼼꼼히 체크를 하셨다. 

뭐랄까.. 'Co-promotion'을 하는 회사와 하는 미팅이지만, 마치 경쟁 PT를 준비해서 사업권을 따내는 사람의 마음으로 자료 준비에 임했다. 


아래 두 가지 목적 위주의 대화가 세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1. Co-promotion사 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서 결국 그들이 생각한 규모보다 더 많은 주문을 하게 하는 것, 그래야 자사 매출로 잡히니까..? 

2. Co-promotion 사의 경우 1명의 담당자가 그 회사 제품과 우리 회사 제품 합쳐서 10개 이상을 담당하기 때문에, SOV(Share of Voice) 확보가 매우 중요해지는데, 이게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단속을 치는! 


양사에서 준비한 발표를 마치고 서로 웃는 낯으로 시작한 대화는 점차 실적에 대한 challenge와, 앞으로의 평가 계획에 이르자 점차 날카로워졌다. 


대화 중, Co-promootion 사 영업 임원이 우리 회사를 깔보는 발언을 던졌다. 

"아니, 이건 지금 손해 보는 계약입니다. 해준 게 뭐가 있다고 ~~~ "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임원 입에서, 나름 공식적인 자리에서 뱉기에는 너무 솔직하고 공격적인 말이었다. 

"아니, 무슨 말씀이냐,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우리 회사 영업부 전무님도 받아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회의록을 작성하던 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러다 Co-promotion 회사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려나? 하는 생각 위로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선배님, Commerical director였던 전무님의 나긋한 목소리가 꽂힌다. 

"진정들 하시고,  저희가 오늘 모인 목적을 생각해 보시죠~"


역시, 내가 존경하는 롤모델의 모습이었다. 

감정을 앞에 내세우기보다는,  날 선 분위기를 봉합하고 결국 본인이 원하는 바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 


얼굴하나 붉어지지 않고, 차분하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회의를 이어나가는 장면을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나도 저렇게 행동해야지'하고 내 기억 속에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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