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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Mar 15. 2023

1년 만에 전 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알 수 없는 인생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 이상 부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약 5년 다니던 첫 회사를  작년 1월에 그만두었다. 순진한 청순으로 꽤나 큰 포부로 대기업의 스타트업 조직으로 이직을 했고, 동료들과 똘똘 뭉쳐 일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갑작스런 구조조정 통보를 받았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 새로운 자기 자리를 찾았다. 다들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서 참 다행이다.


나는 업계에서 대우가 좋은 편인 전 직장으로 돌아왔고, 안정적인 조직과 팀을 만나 실은 매일 감사할 만큼 안정을 찾았다. 삶이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인가보다. 전 직장으로 돌아와 조직에서 가장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전무님과 점심식사를 했다. 전무님과 비빔밥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 삶이란게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본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질 뿐이라고. 휴 전무님 오자마자 뼈를 때리시네요.


맞는 말이다. 바로 내 자신이 좋은 집을 무리하게 원했기에 전세집 이사에 문제가 있었고, 법률적인 문제로 한 달 넘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그 불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내가 좋은 사람은 좋은 대로 덜컥 믿어버리고 한 치 의심 없이 결혼을 준비했고, 너무 크게 배신을 당했다. 그리고 일 년이 흘러 또 뜻밖의 인연을 만나가고 있다. 전 직장의 내 자리에 만족할 수 없어 도전적으로 이직을 했고, 차가운 사회를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봤고, 당장은 사업 생각이 없었던 내가 어떻게 하면 직장 소속이 아닌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버티는 힘을 기르는 중이다. 어떤 좋은 일이 생겨날 지 혹은 어떤 갑작스런 불행을 만날 지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분명한 건 망해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에너지를 키워야 한다는 것. 삶을 살아가는 체력을 기르는 건 운동 만큼이나 운동 보다 힘든 일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지도. 이 정돈 아무것도 아냐라는 그런 단단한 사람.


다시 돌아온 전 직장 동료들이 따듯하게 맞아준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적응 중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가 되고 또 한 편으로는 똑같은 직장인의 쳇바퀴 도는 삶에 벌써 무료하지만, 그게 다 삶이라는 걸 받아 들인다. 아주 조금은 의젓해진 어른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누구에게든 위로가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게 곧 나의 위로가 될테니.



이제 본격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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