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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Mar 04. 2023

내 마음이 핑크빛

하늘이 회색이라도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3월이다. 이 맘때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이면 따듯한 온도를 품은 바람이 불어와 드디어 두꺼운 외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른 봄날 오전에는 우아한 상쾌함이 있다. 다소 차분해진 날씨만큼이나 어떤 생각 마저도 밝은 빛을 내는 어른이 되고 만다.


도쿄 여행을 떠나기 전, 무려 세 달 만에 만난 S 언니는 내게 달력을 선물하며 ‘핑크빛’ 2023년을 응원해주었다. 그러니깐 이게 얼마나 오랜만이며 미안한 순간이었냐면, 나는 연말에도 생일에도 나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만남을 거부하여 가장 가까운 사이인 S 언니 조차 언제를 마지막으로 만났는 지 기억 조차 하지 못 할 정도 였던 거다. 연초에 생일인 나에게 주려고 했던 달력과 생일 선물을 2월 말이나 되어 주게 되었으니 참으로 미안했다.


핑크빛 2023년, 웃으면서 나아가자


도쿄 여행 중에 신주쿠에서 로망스카를 타고 1시간 30분을 가면 후지산이 보이는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하코네를 1박 2일로 다녀오는 일정을 넣었다. 도쿄 시내에서는 도쿄에 사는 한국인 친구와 여러 모로 시간을 보냈다면, 하코네에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하코네로 가는 길은 그 전 날과는 다르게 하늘이 온통 회색 빛이고 진눈깨비 같은 것이 내렸다. 왠지 쓸쓸했지만 그 외로움을 즐겼던 것 같다. 로망스카는 원목으로 된 기차인데, 이름에 걸맞게도 어두운 회색 하늘에도 마음 속에 로망스를 품게 했다. 하코네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순간도 로망스 기차를 타는 여정이었다. 비록 앞 자리에 탄 아저씨의 맥주 트름 냄새가 함께 했지만 그 또한 추억이라 생각했다.



외로운데 외로운 게 좋아지는 날이었다. 외로워서 텅 빈 생각으로 불안한 마음을 비워낼 수 있었고 평안한 생각들로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졌다. 불안한 내 마음이 들킬까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더는 미루지 않고 만나고 싶어져 서둘러 연락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이러다 또 사람 만나는 데 지쳐 잠시 숨을 것도 같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예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떠드는 게 정말 행복하다. 기다려 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잘해야 겠다는 마음.


마음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가 나의 삶 그 자체를 결정한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세상에 좀 더 상냥해야지. 벌써 3월이고, 앞으로 세상 곳곳에 꽃이 피어나겠지. 여러가지로 고단한 세상이지만 노란 개나리도 자주빛 튤립도 새하얀 목련, 핑크빛 벚꽃은 올해도 여전히 피어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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