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끼는 물건
2024.12.4의 기록
내가 아끼는 물건
명품이 지니는 가치는 품질과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함. 그래서 오래된 추억입니다. 스무살 때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홍콩과 마카오 명품 거리를 걸어다녔습니다. 그 때 프라다 쇼퍼백을 엄마에게 선물 받았습니다. 엄마와 첫 해외여행, 첫 명품 쇼핑이었습니다. 백만원이 넘는 가방이라 애지중지 들고 다니고 싶었지만 대학생에게는 가방 안에는 담아야 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전공책과 노트북, 화장품과 필기구가 마구 들어간채로 여기저기 쏘다니는 새에 가방은 금새 헌 가방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긁히고 가방끈은 낡아버렸지만 그 가방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꿋꿋이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헤진 가방끈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만한 가방이 없다며 아끼는 마음으로 여전히 잘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실은 10년 전 엄마와의 해외여행은 그리 밝은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왜이리도 못된 딸이었을까요. 홍콩의 딤섬도 마카오의 망고도 어린 제 입맛에 맞지 않아 그 맛있는 걸 엄마를 혼자 먹게 했습니다. 기름 냄새가 역해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눈을 흘기고 다리가 아픈 엄마를 배려하지 못했던 어린 제가 참 원망스럽습니다. 그런 철부지 딸에게 엄마는 너무 많은 것들을 내어줍니다.
물건이 넘쳐 흘러 다음날 새벽이면 집 앞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에 가장 아끼는 물건은 손 때가 많이 탄 가방에 담긴 엄마와의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