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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봅니다

사랑이 눈에 보였던 순간들

by 시경

2024.12.3의 기록


사랑이 눈에 보였던 순간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런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위해 수고하는 마음을 들여 요리하는 내가 좋습니다. 요리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따뜻한 솥밥에 한 입 크게 된장찌개를 푹 뜨는 당신을 바라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내 마음이 부릅니다. 예쁜 계란말이를 만들어주고 싶어 애가 타도록 후라이팬을 쳐다봅니다. 사랑은 기꺼이 번거로워도 애가 타도 좋은 것입니다.


나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받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치토세 공항 면세점에서 사온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곤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당신에게서 사랑을 봅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도 내가 보고싶다며 귀여운 인형 하나를 수줍게 건네는 당신에게서 사랑을 봅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한참을 쏘다니다 더위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시원한 건물 안에 숨겨두곤 뙤약볕에 길을 건너갑니다. 자판기에서 금방 뽑은 차가운 물병을 건네며 나 먼저 마시게 합니다. 이토록 다정한 당신과 그런 당신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도 그 사랑을 간직하며 다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 하기에 살아갈 수 있음을 인정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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