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해지는 관계
24.12.13의 기록
나에게 친구란?
친구의 범위가 넓은 편인 사람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제일 편하고 특별하지만, 내 삶의 어느 시기에 제일 편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친구가 됩니다. 오늘 만나는 전 직장 동료들이 그렇습니다. 2년 전, 함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끈끈해진 동료들과 여름과 겨울 한 번은 꼭 다 함께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팀장님부터 대리까지 10명이 넘어 모두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지만 바쁜 연말에도 시간을 꼭 내어 보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같은 패션업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한 번 뭉치면 할 이야기가 넘쳐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합니다. 나이, 성별, 성격 모두 다르지만 다들 순수한 사람들이라 하나 같이 친구가 되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순수함. 저에게 친구란 나에게 순수한 사람인 것 같네요. 재고 따지는 관계는 친구가 아니라는 겁니다. give and take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사이가 친구입니다. 사회에는 내 마음이 항상 상대와 같지 않기에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관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속에서 내 편이 되어 응원해 주는 친구들과의 우정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친구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을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생각에도 차이가 생기고 지지할 수 없더라도 끝내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만나 술 퍼 먹는 사이. 할머니가 돼서도 그 친구와 놀 수 있다면 그만큼 행운이 어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