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밍 Jan 10. 2020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불안장애 극복하기

 나의 지난 3개월은 휴직 덕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다시 회사를 복직해야 한다. 복직을 앞둔 이 시점, 나보다 먼저 육아휴직을 했던 선배의 복직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복직 1주일을 앞둔 그 심정은 '정말 죽을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다시 회사를 가는 것에 대해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복직한 당일 좋은 얼굴로 나타난 선배지만 1주일 후 그의 모습에는 생기가 사라졌었다... 나도 그럴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휴가 복귀를 하는 그런 느낌일까? 마음이 복잡할 것 같지만 사실 나는 복직 1주일을 앞둔 지금이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한 것 같다. 왜 그런 것일까? 나는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려고,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하느라 지난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했다. 전시회를 가던지 아니면 카페를 가서 웹서핑을 하던지 계속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흐르는데 막상 변한 것은 없는 것 같고,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편히 쉬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1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은 이 시점, '마음 편하게 쉬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정말 걱정도 없고 행복한 느낌이다. 마치 불안장애 환자에서 이제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3개월 중 지금의 1주일 생활이 행복한 편에 속한다는 말이다. 휴직에 들어가면서부터 정말 마음 편하게 쉬자라고 생각했다면 3개월이 정말로 더 즐겁고 불안에서 더 빨리 벗어났을 텐데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였는지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아내에게 들은 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이었다. 이 말에 대해 뒤늦게 공감이 가고 이해할 수 있었다.

 

 휴직을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가족이 아프다던지, 본인이 아프다 던 지 말이다. 대게 회사에서의 자신의 입지에 대한 큰 타격을 각오하고 사용하는 휴직이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그 기간 동안에 무엇인가를 꼭 이루리라 다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휴직을 쓰면서 뒤늦게 이해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쉼 없이 달려온 직장생활 속에서 나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휴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을 추천한다. 조급한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본인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다양한 무엇인가를 계속 찾으려고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이다.


 내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또한 휴식을 취하라는 내용의 말이었다. 다리가 부러져서 입원을 하면 쉬지 않는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입원을 하지 않았을 뿐, 아픈 상태인데 왜 쉬지 않냐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도 이 부분이 가장 환자들의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아픈 사람이 쉬지 않고 계속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신질병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신질병 또한 굉장히 무겁고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쉬는 것에 있어서 죄책감 갖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말이다.

 1주일이 남은 이 시점에서 그 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고 바보 같았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이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잠깐 쉬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이다. 대신 쉼을 결정했을 때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준비하기보다 정말 자신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사실 정신질병에 대한 답은 나 자신을 바꾸는 것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신질병을 회복하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휴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이지 휴식을 취하면서 내가 얻은 긍정적인 시각과 회복한 자신감, 그리고 되찾은 체력 등으로부터 불안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주일이 남은 이 시점 아무 생각 없어 편하게 쉬자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정말 마음의 질병이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정신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충분히 쉬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