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 월급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음을....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반복하다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우울 속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시는 즐거움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나는 언제 그랬었는지 모를 만큼 웃음을 되찾아 가고 있다. 나에게 무엇이 바뀐 것이었을까?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졌을까? 그랬다면 정말 좋겠지만 내게 있어 변화한 것은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바로 단지 마음을 바꾸고 주변 환경을 변화했었던 것뿐이었다.
사실 나의 환경을 바꾼 것은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안감으로 인하여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던 그때, 반강제적으로 휴직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휴직 3개월의 기간은 내가 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 힘을 낼 수 있었던 첫 시간이자 인생에 있어서 가장 과감한 선택이었다. 바로 주변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좋은 시작이었던 셈이다.
반복되는 7년의 직장생활에 있어서 휴직은 나에게 새로운 시간이었다. 7년 동안 휴가를 제외하고는 쉬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공식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휴직을 사용하는 나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 걱정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군 시절 당시, 행군을 포기하고 앰뷸런스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부터였을까. 낙오하는 모습의 사람들을 보았을 때 정신력이 부족하고 나약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지금 내가 낙오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나약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그 말은 즉슨 내가 여태껏 그렇게 생각해왔던 사람이었고 지금에서야 그것은 정신력이 나약하다는 것이 아니라며 뒤늦게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정말이지 자신이 경험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하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번 내뱉어낸 말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사실 환경을 변화하고자 휴직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더 이상 출근할 수 있는 힘이 없었고 불안을 가져오는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던 탓에 휴직을 했던 것이었다. 휴직을 선택하기까지의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휴직이라는 선택을 해본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서 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물어볼 곳이 없었다. 만약 환경의 변화로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휴직을 좀 더 일찍 사용했을 것이고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직장생활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접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 이미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고 힘도 없었기에 휴직을 선택했었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환경을 변화해서 나아지는 것이 무엇이기에 불안장애 환자인 나는 이토록 환경을 바꿔보라고 추천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었던 곳에서의 생활은 뜻밖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더는 나아질 것이 없던 삶 속에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고 계속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렇듯 똑같은 환경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야로는 다른 곳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우물 안 개구리. 그것이 나의 모습이었고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일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시야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길이 열리고 새로운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나의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 속에서 벗어 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해 준다. 내가 경험했던 것이었고 우울 속에서 완전히 벗어남을 말할 수는 없지만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두 번째는 무료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직장생활 7년 차, 이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나에게 이 틀을 깰 수 있었던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휴직이라는 선택, 그리고 이직이라는 선택.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휴직이라는 선택은 불안과 우울을 이길 수 있는 체력 회복을 가져다주었고 이직이라는 선택은 나에게 열정을 가져다주었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설렘들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직을 선택함으로써 서류심사, 1차 면접, 2차 면접들을 차례로 합격하면서 작은 목표 달성의 보람을 가져다주었다. 이렇듯 환경을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불안과 우울 속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세 번째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경험이 있는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나는 불안과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었다. 여러 검사 중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진행했었던 MBTI 검사가 나의 환경을 변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의 환경을 변화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 이유는 나의 반대되는 성향을 알아보고 반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성향을 바꿔서 살아 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혹시 내 성향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그렇다. 자신의 성향 때문에 불안과 우울 속에서 살고 있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성향을 이해하고 생활한다면 나의 불안과 우울에서의 삶을 대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환경의 변화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잠시 잊었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장애 환자인 나는 환경 변화 덕분에 불안과 우울을 극복할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 아직도 가끔은 불안과 우울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웃음을 되찾을 정도의 나로 돌아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환경의 변화를 통해 불안과 우울이 완벽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짧은 시간 내에 불안과 우울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나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또한 환경의 변화를 통해 희망이 생긴다는 것은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나에게 처음 다가오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희망이라는 것은 나를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치료제였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 속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던 나에게 희망은지난 3년간의 지옥 같았던 기억이, 지금은 힘들었지만 단단해지는 시기였다고말할 수 있게되었다.
불안장애,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잠시 멈춰서 다른 길로 돌아가도 된다고. 당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변화된 환경은 당신을 불안과 우울 속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고웃음을 되찾게 해 줄 것이다. 반드시 환경을 변화시켜 보길 추천한다.
불안장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