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민족들의 요리들
소련의 영토가 중앙아시아까지 아울렀기 때문에 러시아 내에는 중앙아시아의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들이 많이 퍼져있다. 그들의 요리 중에 러시아인의 식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요리들이 있다.
러시아 대표적 요리라 일컬어지는 샤슬릭도 그들 중 하나다. 숯불 꼬치구이의 일종인 이 요리는 소, 양, 돼지, 닭 등 다양한 가축의 고기를 기반으로 한다. 유목민의 투박한 조리방식은 호쾌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는 돼지로 만든 샤슬릭을 제일 좋아한다. 때로는 화덕에 구운 리뾰시카라는 빵을 곁들일 때도 있다. 피크닉이나 어딘가에 놀러간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제 격인 요리다.
케밥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사우르마는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스트리트 푸드다. 각 가게마다 소스나 맛도 특색있고 다양하며 가격도 200루블(3,000원)이 채 넘지 않는 것도 매력이다. 채소와 고기, 빵이 어우러져 영양적으로도 완벽하다. 때로 간단하게 외식을 하고 싶거나 밥하기 귀찮을 때 자주 찾는 음식이다. 패스트푸드 가게 보다도 더 찾기 쉬운 곳이 아마도 사우르마 가게일 것이다.
뜨끈한 국물에 가득 담긴 고기 건더기, 그리고 투박한 칼국수 모양의 면발들. 고수에 익숙하기만 하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국수가 바로 라그만이다. 기원을 따져보자면 최초의 국수에 가까운,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진 국수라고 한다. 250루블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국수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데 나 또한 시원한 국물 뿐만 아니라 탱글한 면발과 든든한 고기 건더기가 좋아서 자주 찾는다.
러시아 사람들의 익숙한 외식 메뉴는 조지아 음식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친숙하기도 하겠지만 오랫동안 소련이라는 운명 공동체 하에 같이 묶여있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일식당이나 중식당을 찾는 빈도로 러시아인들은 조지아 음식을 즐긴다. 가장 유명한 요리는 하차부리와 힌칼리.
하차부리는 쉽게 말하면 치즈 파이로 빵과 그 위에 가득 얹어진 짭짤한 치즈가 일품이다. 빵 자체도 고소하고 맛있고. 개인적으로 조지아 음식 중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힌칼리는 만두의 일종이며 뜨거운 육수가 만두 안에 가득 들어있다. 중국의 샤오롱빠오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 보다는 만두피가 상대적으로 많이 두꺼운 편이다. 뜨거운 육수에 입 안을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만두 위 손잡이처럼 생긴 꼭지는 보통 먹지 않고 버린다. 호기심에 먹어보기도 했지만 그저 텁텁한 밀가루맛만 느껴질 뿐이었다. 역시 남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