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가 아닌 간단한 식사로 기능하는 러시아 빵 중 대표적인 것은 삐록이다. 안에 고기, 치즈, 감자, 양배추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있으며 가격도 매우 싸다. 대략 개당 80루블 정도의 가격이면 맛볼 수 있다. 나와 아내도 가끔 공원 나들이를 나가거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양에 차지 않을 때 추가 주문하기도 하는, 부담없는 빵이다. 특이한 것은 디저트용 삐록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안에 체리가 들어간다. 아내가 주문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경악을 했으나 막상 먹어보니 그정도는 아니었다. 새콤하며 달콤했고 적당히 따뜻한 온도감도 좋았고. 다만 익숙한 맛은 아니기에 자주 찾게 되는 맛은 아니었다.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이름의 빵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먹어봐야겠다.
서민에게 가까운 빵이라고 한다면 흑빵이 있다. 호밀을 발효시켜 만든 흑빵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빛깔의 빵은 아니지만 러시아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빵이다. 적당한 시큼함이 도는 맛을 내는 흑빵은 러시아의 전통음료 크바스와 그 맛이 비슷하다. 흑빵의 액체 버전이 크바스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같은 호밀을 재료로 발효과정을 거치다보니 맛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흑빵은 어디서나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빵이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괜히 러시아 할머님들이 바구니 가득 흑빵을 담으시는 것이 아니다. 주식처럼 먹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기름에 튀겨져 술안주로 그 모습을 탈바꿈하기도 한다. 특유의 시큼함과 빛깔이 거부감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조금만 익숙해지면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러시아의 만두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펠미니와 바레니키다. 만두소는 두 만두 모두 소,돼지, 닭, 양 등의 육고기나 연어 등 생선이 들어가기도 하고 양배추, 감자 등의 채소류도 간간히 보인다. 개인적으로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는 만두보다는 채소만두를 선호한다. 맛이 조금 더 깔끔하기 때문이다. 신선하지 않은 고기를 쓰거나 고기나 생선의 잡내를 잘 잡지 못하는 식당에서 실패한 경험도 있고. 러시아 직원에게 러시아 만두 중 가장 맛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직원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밖에서 파는 것은 맛이 없고 집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야 나는 너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을 먹지 못하잖니.
두 만두의 가장 큰 차이는 모양이다. 펠미니는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겼고 바레니키는 넙적만두 같이 생겼다. 아무래도 만두피의 모양이나 두께가 다르기 때문에 식감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내 입맛에는 큰 차이는 없어보였다. 그 중 펠미니는 러시아 정착 초기 아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었기에 자주 먹었었는데 만두국처럼 사골 육수와 함께 먹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