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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Jun 20. 2018

잉글랜드 사람들은 무엇을 먹는가

잉글랜드 여행에서 만난 영국요리

호텔 조식의 기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영국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는 아침식사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리는 이 영국식 아침식사에 꽤나 익숙해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좋은 호텔에 묵으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이 바로 이 영국식 아침식사인 것이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걀 프라이나 스크램블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아침에는 달걀을 먹어야 든든하게 먹은 느낌이 든다. 거기에 소시지나 베이크드 빈을 더 해주면 단백질로 충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감자의 천국인 영국이니 해시 브라운 정도는 하나 얹어주고 채소는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으니 버섯이나 토마토 한 조각 접시에 얹어준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순대라고 할 수 있는 블랙 푸딩으로 거나한 아침을 마감해준다. 사실 다른 음식들보다 블랙 푸딩의 맛이 궁금했다. 맛을 보니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한 맛이라 거부감이 없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상하기 쉬운 가축의 부속물인 내장에 가축의 피와 곡물을 넣어 염장하거나 훈연하여 보존하기 쉽게 만든 것이 순대나 소시지의 탄생 배경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한 형태의 요리가 발전한 것을 보니 동서를 막론하고 옛날은 참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현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겠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일요일의  만찬, 선데이 로스트


 가족들이 일요일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평일의 고된 노동이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선데이 로스트는 영국인들에게 그런 음식이다. 오븐에 구운 고기, 폭신한 요크셔푸딩, 익힌 채소 등을 함께 먹는 이 요리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정찬이다.


  이 요리를 맛보며 나는 가족들과의 따뜻했던 식사를 떠올렸다. 주말 점심에 아버지 차를 타고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갈 때의 설렘. 가족 간의 왁자지껄한 대화. 이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릴 때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내인지를 깨닫는다. 영국인들에게도 선데이 로스트는 가족의 요리이지 않을까.


일요일의 정찬, 선데이 로스트


영국에서의 감자 파티


 예로부터 영국은 일조량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물이 잘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른바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인데 이 때문에 영국인들은 항상 배고팠다. 이런 영국인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넘어온 감자는 한 줄기 구원이었다. 감자는 척박한 영국에서도 매우 잘 자랐고 영국인들을 배고픔에서 구해주었다. 그 이후부터 감자는 영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행객인 내 입장에서는 참 어쩌면 이렇게 감자를 창의적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물론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파스타를 줄곧 먹는 것보다야 건강에 좋을 듯싶긴 했지만. 감자는 요리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주로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은 참 돋보이는 것 같다.


  감자가 들어간 영국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피시 앤 칩스다. 흰 살 생선인 대구 등을 튀긴 후 감자튀김의 일종인 칩스와 완두콩을 곁들여먹는 음식이다. 물가가 지독하게 비싼 런던에서도 7,8 파운드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서민의 음식으로 불린다. 포만감의 원천은 역시나 감자튀김 덕이지만. 피시 앤 칩스의 가격이 싼 이유는 영국이 위치한 북해 일대에서 흰살생선인 대구가 많이 잡혀 그 가격이 싸고 영국인들의 주식인 감자  또한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문하면 음식이 빨리 나오고 먹기도 편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요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민의 음식, 피시 앤 칩스


 두 번째 요리는 뱅어스 앤 매쉬다. 뱅어스란 영국 소시지를 이르는 말이고 매쉬란 매쉬드 포테이토라는 뜻이다. 피시 앤 칩스는 튀긴 감자라면 뱅어스 앤 매쉬는 으깬 감자인 셈이다. 소시지의 짭짤한 맛과 매쉬드 포테이토의 심심하지만 은은한 감칠맛이 식욕을 돋게 했다.


뱅어스 앤 매쉬


 사실 매쉬드 포테이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 요리인데 영국에서 하도 감자요리를 많이 먹다 보니 한동안 먹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감자요리는 코티지 파이이다. 코티지란 농촌의 오두막이란 뜻인데 소박한 시골 요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진 양고기에 그레이비소스를 뿌리고 다진 감자를 위에 얹어 오븐에 구워 낸 요리이다. 위에 얹어진 감자를 맛있게 먹다 보면 안에 숨겨진 양고기를 맛보게 되는데 감자와 고기를 같이 먹어도 맛있고 각각 먹어도 맛있다. 그냥 퍼먹게 되는 맛이랄까. 너무 맛있어서 펍에서 요리를 주문한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렸으나 음식을 먹는 데에는 10분 정도 걸렸다. 음식을 시키기 전에 버스 시간을 놓칠까 두려웠는데 막상 음식을 다 먹고 나니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맛있었던 요리다.


코티지 파이
감자 아래 양고기가 들어있다.

영국의 펍과 에일


  영국은 펍 문화가 일반화되어있다. 펍이란 퍼블릭 하우스란 뜻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라는 의미도 있다. 영국인들의 사랑방 같은 개념이다.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 에일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축구경기를 보기도 한단다.


  여행자라면 바로 이 곳에서 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확실히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고 코스로 시켜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만 펍에서는 격식을 따질 필요가 없어 부담이 적다. 그저  안주를 하나 시키고 영국의 에일을 같이 즐겨보자.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청량감을 주는 라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에일 맥주를 한잔 마시는 순간 실망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랬다.


  그런데 계속 마시다 보니 에일 맥주는 향으로 마시는 맥주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라거보다  풍부한 홉의 맛을 느낄 수 있어 꽤 매력이 있었다. 영국에는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에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런던 외의 지역을 방문한다면 그 지역의 펍에 들러 그 지방의 에일을 맛보기를 권장한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라거보다는 도수가 높기 때문에 덮어놓고 마시다 보면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항상 술이 문제가 아니라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이 문제니까.


영국의 에일은 향이 좋고 도수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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