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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Jun 21. 2018

소소한 그들의 요리

화려하다고 다 맛이 좋은 것은 아니외다

인도음식? 아니 영국 음식! 치킨티카마살라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쌀밥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천에 깔린 것이 커리 요릿집이기 때문이다. 카레 하면 인도 음식이라는 것이 상식이지만 영국의 커리는 인도의 그것과는 조금 많이 다르다. 인도의 커리보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맛을 보건대 설탕과 버터가 많이 들어간 모양이다. 영국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맛. 영국사람 입맛에 변형되었기는 하나 커리는 커리인법. 그 이국적인 맛과 매력은 감추어지지 않었다. 자극적인 요리가 거의 없는 영국이다 보니 커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치킨 티카 마살라라는 커리가 제일 유명한데 닭고기를 베이스로  인도 향신료들의 조합인 마살라를 넣어 만들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달짝지근해 입맛에 맞았다. 커리는 인도식 빵인 난을 곁들여 먹기도 하나 역시 커리는 쌀밥과 같이 먹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영국의 대중음식인 치킨 티카 마살라


육즙을  품은 파이, 에일 파이


 영국에서 파이가 유명하다고 하니 파이를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특히나 에일이 들어간 파이가 있다고 해서 가까운 펍을 찾았다. 왠지 에일이 들어갔다고 하니 좋은 에일을 파는 펍에서 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그다지 논리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파이를 주문하고 에일 한잔을 기울이며 배고픔을 달랬다. 이윽고 오래지 않아 파이가 나왔고 배고픔에 지친 나는 파이 위에 소스를 뿌리고 나이프를 들고 파이를 가르기 시작했다. 파이를 자르니 안에서 다진 고기와 함께 육즙이 새어 나왔다. 파이가 육즙의 온기를 잘 품고 있어 속까지 뜨끈뜨끈 해지는 느낌이다. 굉장히 맛있었지만 에일의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요리과정 중 알코올 성분은 날아간 모양이다. 에일 파이의 주인공은 에일이 아니었지만 에일이 들어갔기에 고기의 잡내를 잡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일과 함께한 에일 파이
파이 위에 소스를 뿌리고 파이를 자르니 꽤나 맛있었다.

 

여행자의 비상식량, 샌드위치


 여행자에게 샌드위치는 참으로 편리하다. 가게에세 포장된 샌드위치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 든든하다. 다리가 아플 때 잠시 쉴 겸 벤치에 걸터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한 입 베어 물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이토록 간편한 샌드위치는 사실 영국의 한 백작에 의해서 탄생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 백작의 이름 없는 하인이 만들었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가진 백작은 참 카드놀이를 좋아했다. 카드놀이에 집중하면 식사를 거르기도 일수였으니까. 이런 백작이 걱정되었는지 백작의 하인은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간편한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카드놀이를 좋아한 그 백작의 이름을 따 샌드위치라 불렀다.


 빵이 양쪽면에  있는 보통의 샌드위치도 있고 빵이 한쪽면에만 있는 오픈 샌드위치도 있다. 나는 오픈 샌드위치를 좋아하는데 속재료의 맛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펍에서 먹은 게살이 들어간 오픈 샌드위치는 샌드위치가 값싸고 간편한 것을 넘어서 고급 요리도 될 수 있구나를 깨닫게 해 준 음식이었다. 나의 여행이 계속되는 한 내 가방 안에는 항상 샌드위치가 담겨있을 것 같다. 가격이 어떻든 형태가 어떻든 샌드위치는 나의 든든한 양식이다.


화이트 크랩의 게살이 올려진 인생 샌드위치, 게살의 풍미가 입안에 가득했다.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굴


 런던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오이스터 카드라고 부른다. 오이스터가 우리말로 굴이라는 뜻인데 교통카드에 굴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영국인들은 굴을 사랑하나 보다.


  우리나라의 굴도 꽤나 맛있는데 이곳의 굴은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런던 시내의 버로우 마켓에 가면 영국의 굴을 먹어볼 수 있다. 굴 하나에 2,3파운드 정도인데 그 가격이면 한국에서 굴 한 봉지를 살 수 있으니 상당히 비싸다. 배불리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니 한두 개정도 주문해 맛만 보기로 했다.


  보통 식초나 레몬즙을 뿌려 먹는데 굴의 비린 맛을 없애주고 신맛을 가미해준다. 혹시나 있을 배탈의 위험을 없애주는 역할도 한다. 한입에 털어 넣었는데 한국의 굴보다 향은 덜할 수 있어도 매우 신선한 맛이었다. 아무래도 바다가 가까운 런던이어서 그런가 보다. 은은한 단맛까지 돌았다.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던 일행도 참 맛있게 먹더라. 굴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이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맛이다. 영국인들이 왜 굴을 사랑하는지 조금 알 수 있었다.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오해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인식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나조차도 영국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에서 먹은 음식은 생각보다 꽤 맛있었다. 프랑스 요리처럼 화려하지도 이탈리아 요리처럼 다채롭지도 않지만 영국 요리는 담백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었다. 집 밥 같은 느낌이랄까. 값비싼 향신료나 다양한 조리법이 없기에 얼핏 초라해 보일 수는 있지만 막상 맛보면 의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선입견 때문에 맛없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아니면 어떤 기분으로 먹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펼쳐지니 말이다. 조금만 선입견을 내려놓고  새로운 맛을 향해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생각보다 영국의 맛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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