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내의 오빠가 나보다 어리면 어떻게 불러요?
나이와 호칭어
S는 영국인으로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젊은 교수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한국인 아내의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아내의 오빠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데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빠가 없어 금방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내 두 남동생들을 ‘처남’이라고 부른다. 나한테 오빠가 있었다면, 오빠가 남편보다 어리다면, 남편은 그 어린 오빠를 뭐라고 불렀을까?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 언어 예절>(2011)에서 찾아보니, 아내의 오빠가 자신보다 나이가 위면 ‘형님’ 그리고 나이가 아래면 ‘처남’을 권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질문 사이트 <온라인 가나다>의 좀 더 최근 답변(2017.04.20)에서도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의 오빠에게 적당한 호칭어로 ‘처남’을 제시하고 있다.
S의 고향인 영국이나 직장이 있는 미국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아내의 오빠를 이름으로 부른다. 그렇지만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아내의 오빠가 본인보다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호칭어가 달라진다. 영어에서는 한 단어로 쓰는 brother가 한국어에서는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형, 오빠’와 ‘남동생’으로 나눠 쓴다. 그리고 sister도 ‘누나, 언니’와 ‘여동생’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초급 단계의 외국인 학생도 가족의 호칭어를 배우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이와 가족 간의 상하관계가 어긋나지 않고 일치하면 호칭어 사용은 비교적 수월하다.
삼 형제 중 둘째인 남편은 위, 아래로 세 살씩 나이 차이가 나는 형님과 동생이 있다. 남편이 삼 형제 중 제일 늦게 결혼을 했는데, 우연히도 내 나이가 두 동서들 나이 중간에 꼭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남편들의 나이 순서대로 첫째 동서, 둘째인 나, 셋째 동서가 한 살씩 터울이 진다. 형제들의 나이 순서와 각 아내들의 나이 순서가 서로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첫째 동서에게 ‘형님’ 그리고 셋째 동서가 내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S와 자신보다 어린 아내의 오빠처럼 나이와 상하관계가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서로가 만족하는 호칭어를 찾지 못하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학을 일 년 늦게 들어간 나는 호칭어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 대부분 나랑 나이가 같은 바로 위 선배들은 내 중학교 친구와 친구 사이인 선배도 있었다. 또 빠른 연 생으로 나보다 어린 선배도 있었다. 동갑인 선배, 특히 친구의 친구나 어린 선배를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무척 난감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중반과 후반에는 ‘선배’라는 호칭어를 쓰지 않고 여자 선배는 ‘언니’ 그리고 남자 선배는 ‘형’이라고 불렀다. 다행히 대학 4년을 무리 없이 다니긴 했지만, 만약 내가 제 때 대학에 들어가서 바로 위 학년 선배들을 부담 없이 호칭할 수 있었다면 그 선배들과 좀 더 친근하게 지내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니 해결책을 찾을 시도도 하지 않고 선배들을 미온적으로 대했던 그때의 미성숙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대학에서 교환 교수로 지냈던 S는 한국에서 호칭할 때 상하관계와 나이가 무척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보다 어린 아내의 오빠에게 꼭 맞는 호칭어를 모색하는 S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좋아 보인다. 한국 호칭어는 나이를 비롯하여 상하관계, 지위, 사회계급 등 복잡 미묘한 요인들이 엉켜 자칫 인간관계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열린 마음으로 고심해 보면 서로가 만족할 만한 적당한 호칭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호칭어지만, 외국인들이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고 흥미로운 한국 문화의 한 단면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