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 집단 → 조직의 삼중 구조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흔히 제도·규정·프로세스부터 손보려 한다. 예를 들어 매출이 떨어지면 인센티브 제도를 바꾸고, 팀이 갈등을 겪으면 회의 규칙을 정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가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문제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그 제도 속에서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고 행동하는가’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같은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한 두 팀 중 한 팀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반면, 다른 팀은 반복적으로 일정 지연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는 명확했다. 첫 번째 팀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고, 두 번째 팀은 팀장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동일한 규정이더라도 사람 간의 심리, 관계, 지각 차이가 결과를 좌우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조직 내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다.
조직행동론은 크게 개인–집단–조직이라는 세 층위로 구성된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조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
① 개인 수준: 행동의 출발점
개인 차원에서는 구성원의 능력, 성격, 가치관, 태도, 감정 등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같은 피드백을 들었는데도 A직원은 ‘성장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B직원은 ‘비난’이라고 느낀다면 이는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인지/정서 차이 때문이다. 개인은 일종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해석한다. 어떤 렌즈를 쓰고 있는지가 행동의 질을 가른다.
② 집단 수준: 새로운 역동이 생기는 공간
사람이 모여 팀이 되면 개인 때와는 전혀 다른 힘이 생긴다. 팀 내 신뢰 수준, 의사소통 방식, 암묵적 규범 등이 행동을 결정한다.
예컨대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에서는 팀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구성원 개인의 지능이나 능력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틀려도 되는 분위기’, ‘질문해도 민망하지 않은 분위기’가 팀의 성과를 좌우한 것이다. 이는 집단 수준의 힘이 개인 수준의 행동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③ 조직 수준: 시스템이 만드는 흐름
조직은 제도·문화·구조·전략이라는 거대한 틀을 만들어 구성원의 행동을 이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실수 보고를 장려하는 문화가 있고, 어떤 회사는 실수 보고를 암묵적으로 금기시한다. 같은 실수라도 전자는 ‘공유하고 개선하는 과정’, 후자는 ‘숨기고 회피하는 과정’이 된다. 조직 차원의 분위기와 정책은 구성원의 사고방식까지 바꾼다.
이 삼중 구조는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실제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새로 입사한 직원이 있다. 그는 단순히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팀 분위기가 질문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해졌을 수도 있다. 혹은 회사 전체가 ‘속도 중심’ 문화라 세부 확인을 선호하는 직원이 ‘느린 사람’으로 왜곡되어 보였을 수도 있다.
문제를 해석할 때 ‘이 직원이 왜 이럴까?’ 대신 ‘개인–집단–조직 중 어느 층위에서 원인이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하면 해결이 빨라진다.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는 조직 내부 협업이 이전보다 느려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 삼중 구조를 적용했다. 분석 결과 개인의 문제도, 팀 간 갈등도 아니었다. 조직 차원의 보고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바람에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난 것이 핵심 문제였다. 구조를 바꾸자마자 집단적 행동이 즉시 개선되었다. 이렇듯 조직에서 삼중 구조는 ‘사람이 일하는 환경’을 정확히 읽어내는 시각을 제공한다.
조직은 단순한 기능적 시스템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감정·기대·불안·열망이 만나 만들어지는 생태계이다.
규정과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성원이 그 환경 안에서 불안하거나 침묵하거나 서로 불신한다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제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개인과 팀의 관계가 건강하면 조직은 빠르게 회복하고 성장한다.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면, 먼저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이 삼중 구조는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