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위클리매거진(브런치북)은 2018년 11월 부터 총 15주간 연재했습니다. 그 이후 책<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으로 서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교정이 여러차례 거쳐져서 이 브런치북에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에 담겨져 있지 않는 글도 있습니다. (8화,9화,11화,13화) 많이 부족했던 만큼 전문가의 교정을 거쳤습니다. 책에서는 유지별이님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만큼 느낌도 다르지만, 브런치 북의 글은 미리보기라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애의 시작은 많은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나 자신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타인을 만날 때 보다 애인을 만날 때 더 힘을 주려고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차림으로 나를 만나러 오는지 기대를 하기도 하고, 볼 때마다 뭐가 바뀌었는지 한눈에 확인하기도 했다.
머리를 자른 건지 염색을 한 건지,
오늘은 선크림을 바르고 온 건지 그냥 나온 건지,
이번에는 실수로 바지에 지퍼를 열고 나온 건 아닌지,
그러다가 얼굴을 볼 수 없을 때면, 화상통화를 하기도 하고, 졸려 잠에 빠지기 전까지 전화통화를 하고 싶을 때도 많았고, 한 번 카페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히 주변에서 눈치를 받는 것처럼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때도 많았다.
그렇게 그와 연락을 하는 순간은 ‘항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잦기도 했다.
밥을 먹다가 뭘 먹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연락을 하기도 하고,
오늘은 뭐할 건지 묻기 위해 연락을 하기도 하고,
만날 수가 없다면 이유가 뭔지 알기 위해서 연락을 해야 하고,
아침에 또한 잘 일어났는지 연락을 하기도 했다.
그건 시간이 갈수록 의무감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통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말하는 도중에 졸기도 하며, 그러다가는 도저히 잠을 참을 수가 없어서 통화를 그만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나는 그 사람이 잘 수 있게 통화를 끊고, '내 통화가 잠을 방해할 정도였나?'라는 고민을 남기며 괜히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건 대체 뭘 위한 연락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이 마냥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나도 가끔은 그에게 온 모든 연락의 타이밍들이 전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은 하면 할수록 괴롭기 마련이었다.
어찌 보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나와 대화를 ‘견뎠다’라는 생각을 하니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었다.
그 사람은 나와 대화하기 싫어서가 아닌, 졸림을 버틸 수가 없었을 뿐이니까, 거기에서 내가, "그래 내가 너무 말이 많아서 못 자게 했지?"라고 말하면, 그저 어린애가 투정 부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어리광을 부리거나, 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생각들이 계기였던 것 같았다.
생각을 하게 된 만큼, 삐쳤다기보다는 좀 편하게 둬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걸 ‘변화’라고 말해도 괜찮은지 내심 조심하기도 했다.
그게 지속되다 보니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서로에게 보내는 톡이나 전화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여전히 사랑은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을 믿기 때문인지, 그 사람도 나 또한 믿기 때문인지,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있었음을 자각할 때면,
마음먹고 다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설마, 이틀 동안 연락을 안 하지는 않겠지?"라고,
그러곤 먼저 연락을 하지 않기로 해 본다.
근데… 정말 이틀 연속으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순간,
‘미친 거 아냐?’
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어쩌면 나는, 사실 연락을 자주 하는 데에 귀찮아졌던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전에,
연락의 빈도가 애정표현의 증거라고 칭하며, 그만큼 사랑을 주고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좋아하기에 메시지라도 주고받고 싶은 건 당연하고 매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그런 마음이니 그 사람도 그랬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줄어든다니, 이거 문제 있는 게 맞지 않나?
나의 사고방식은 그러했다.
그렇기에 연락이 줄어든다거나, 귀찮아진다는 건 우리 사이에서의 위험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위기감을 느꼈다.
많이 사랑하기에 많이 연락하고, 뭘 하는지 알고 싶고, 항상 대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동안 연락이 없자, 과연 이 사람은 뭘 하기에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 신경이 쓰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연락이 도달하자마자 답답한 마음이 풀리기는 했지만, 답답한 건 여전했다.
뭔가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안, 연락하지 않아서. 화났어?"
화가 전혀 안 난 것은 아니었다. ‘분노’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그 감정보다는 위기감이 더 앞지르기 때문에 신경이 조금 더 날카로워져서 예민해진 기분이었다. 그만큼 더 신중한 이야기를 위해서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 했다.
"아니, 화는 안 났어.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그 말에 그는 똑같은 생각을 말했다.
"아니, 이틀 동안 연락이 없기에, 정말 안 하나 싶어서…"
뭔가 통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도 괜찮은 건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의 안심이 들 것 같았지만, 다시 신경을 곤두세웠다.
물론, 연락이 없는 동안 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락이 없던 동안 무얼 했는지 하소연을 하듯 다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그게, 그런 모습이,
이틀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그가 '자신이 의심을 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의 일과를 줄줄이 다 보고하는 것 같은 게, 내가 정말 원하던 건가 싶었다.
그 이틀 동안 연락이 없었던 일은, 우리 사이에서 의무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에서 해방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충분히 무언가의 의심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연인 몰래 무언가를 하거나, 다른 이성을 만난다던가, 좋지 않은 이야기는 널리고 널려 있으니까.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그렇게 넘어가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을 만큼 우리 사이에는 충분히 의심을 깨트릴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모범적인, 참다운 연인이 있겠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서로 공유하는 시간과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준다고 한들,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신뢰가 쌓여있는 전제조건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이 있더라도, 애정의 증거라고 생각했던 잦은 연락은 귀찮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동안에 해 왔던 것에 부정당한다는 느낌에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인정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자신을 쿨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그 사람을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니까.
여전히 사랑하는 건 똑같았다.
그저,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싫어진 건 그저 일일이 해야 하는 의무적인 연락일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하루에 한 번도 연락이 없는 건 좀 그래."
"그렇지? 정 그러면 하루 일과 끝나고 못 만나는 날에는 집 문이랑 같이 셀카 찍어서 보내주는 걸로 할까?"
"그냥 전화를 해. 시간 많이 안 잡아먹을게."
그래도 언제든지 필요하고 원할 때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땐 듣고 싶은 마음 또한 여전했다.
믿건 말건,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건 여전한 거니까.
이 글은 아래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지만, 수번의 교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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