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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Dec 01. 2018

한눈에 반하고 싶은 인연이란.

이 글의 내용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포함되어 있지만, 내용은 수정과 수정을 거쳐서 전반적으로 다르게 담겨져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TV나 드라마나 소설에 보면 급작스럽게 한 사람에게 반하는 경우가 있다. 그 계기가 외모일 수도 있고, 사소한 행동 하나로 인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때, 그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한눈에 반했다."

 

 그런 경우가 그다지 흔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흔한 말이다.

 20대 남녀를 주 대상으로 운영하는 술집에만 가 봐도 이성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한눈에 반했어요.”라는 말은 흔하게 들린다. 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저 외견이 전부이기 아니기 때문에 마음까지 뺏기는 게 아닌 경우도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이성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것이 익숙한 사람들.

 그 시간이 길어지고, 오히려 익숙해져 가다 보니 어떤 것이 타인에게 반하는 건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익숙함’에서 나온 과정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수능시험을 삼수를 하면서 남들보다 2년 늦게 대학을 갔고, 그래서 휴학 없이 학교생활을 한 탓에 여유라는 게 없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미 2년 뒤쳐졌으니까."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그가 졸업할 때쯤 나이에는, 4학년 2학기를 다 마치는 그 기간까지 휴학 한 번을 하지 않았는데도 27살이 되어 버렸다.

"1년을 쉬면 28살, 2년을 쉬면 29살인데. 내가 무슨 여유로 뭘 하겠냐. 취직하는데 다 시간을 올인해야지."

 그는 그런 말이 입버릇 마냥 해왔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만큼 바로 취직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고, 그의 바람대로 아직까진 후배는 없지만 번듯한 직장을 구해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바로 취직을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졸업을 늦춰야 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지 스스로 걱정했고 월급을 받고 나서야 부담을 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고 취직을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다른 경험을 해보지 못한 그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곤 했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모아두었던 돈으로 여행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해도 집안 사정으로 인해 월급의 70%가 은행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월세가 아닌 전세에서 살기 위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전혀 없었고 ‘도무지 삶에 여유가 생길 것 같지 않다는 게’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알던 사람과는 다른 누군가를 만남으로서 인연이 생긴다면, 조금이라도 생활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로 인해 좀 더 풍부한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음에도 그동안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그에게서는 어떤 이성과 만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모태 솔로였고, 30년을 다 채워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성에 대해서 어떤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개팅을 주선하려고 하자, 상대편 이성이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고,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말하는 것을 봐서는 이성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취미나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본인은 여유가 없다고 아직까지 말하지만,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받으려고 하는 걸 보면 '여유가 없다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한 번은 나의 개인적인 한탄을 내어놓기 위해서, 그를 불러내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그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 진짜. 나도 누군가한테 한눈에 반하거나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봤으면 좋겠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일까,

 오랫동안 경험이 없다 보니, 그저 그런 감정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안 보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로맨스의 소설을 읽는 모습도 보이곤 했다. 그에게서 그런 현상은, 그 이야기에서 느껴 볼 수 있는 감정을, 실제로는 느껴보지 못했기에 그런 식으로 라도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자신에게선 느껴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포기 세대라고 하던가, 그동안 취직을 해야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캠퍼스의 낭만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누군가를 만날 사람도 시간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와 더불어, 공무원 시험을 치려고 하루 종일 독서실에 있는 친구도 있으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에 쫓기고 있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는커녕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외로움에 익숙해져 버리다가 이제는 그저 지쳐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이 보이기도 했다.     


"뭣보다 걱정인 건,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게, 내가 정말 어디가 이상한 건지 싶고, 어쩌면 드라마 같은 만남을 꿈꾸는 거라서 이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계속 말을 늘어놓는 게, 무슨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고 동경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유난히 감수성이 묻어나곤 했다.     

 그렇게 그는 그저 일을 하면서 직장과 집을 오가는 일상에 반복하고 있었다.


 그건 현시점에서 그다지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점점 익숙해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색다른 것을 하는 게 어려워지는 거였고, 가뜩이나 '자기 심장이 굳어버리는 것 같다.'라는 하지도 않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러다간 혼자만의 시간을 계속 가지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것 같았다.     


영화 '좋아해줘' 스틸컷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그는 어느 날 피자를 사준다면서 나오라고 말했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처음 보는 사람.

 자주 가는 카페에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한 번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그저 외모가 이상형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에 찾은 단골 카페에서, 그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모습 하나에, 자신의 몸이 녹아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춘기는커녕 갱년기도 아닐 텐데. 유난히 감성적이네…”

“아, 진짜?”


 그는 내가 모르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입에 웃음기가 잔뜩 묻어 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환해졌는지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 사람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모양이었다.      

 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이렇게 녹일 정도로 첫인상을 남겼다는 건, 최소한 그 친구의 입장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을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까지 기분 좋아할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로를 확실히 인식하는 정도로 다가갔다고 하는데, 차라리 빠른 시일 안에 빼빼로 데이라도 있었다면, 그 기념일을 핑계 삼아 고백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생각만으로 괜히 조급해했고,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안에 마음을 얻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보였다.

 그 사람이 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역시 돌은 아닌 모양이었다. 돌이 되어가도 결국엔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별 거 없어. 그냥 보자마자, '우와~' 뭐 이런 느낌?"

"그 사람이 그냥 멀뚱멀뚱 있었던 것도 아니었을 테고. 뭔가 포인트라는 게 있었을 거 아냐?"

"음, 역시 환하게 보여준 미소였던 거 같은데?"


 처음 시작은 어땠는지, 그 사람의 생각하는 것만으로 모든 점이 좋아해 지는 것처럼 보였다. 완전히 빠졌다는 말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을 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고 7시까지 밥을 먹고,

 오후 9시 반까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10시까지 씻고 침대에 누워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에 기상하고 회사 갈 준비.

 매일 똑같은 그의 일상이었다.

 그런 일상에 지친 그는 항상 그런 말을 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 줄 일도 없기에 옷을 사 입고 싶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다."

 머리카락도 자신한테 거치적거리기 전까지 자를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방치했다.     

'누군가에게 보여 줄 일도 없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 줄 일이 없다.'라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 그렇게 만들어 버렸던 그의 모습이,

 한 순간에 꽂혀 버린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신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지 않는 이상 타인에게서부터 호감을 얻을까?

 그가 반한 여성분도 갑작스럽게 손님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은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비록 그녀의 입장에선 '손님 접대용의 미소'라는 것을 발산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로 그 미소가 거짓된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연애 감정이 굳어갈 정도로 심장이 딱딱했던 친구를 바꾸었을 정도니까.

 아마 평소에도 그런 미소를 잘 짓고 다니는, 웃는 얼굴을 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미소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한 순간에 반하거나 그런 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렇게 사소한 평소의 준비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준비가 필요했다.

 그런 준비 자체가 운명적인 만남을 만들고 이어나가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그 친구는 그녀에게 이끌렸던 게 아니었을지.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인연을 얻기 위해서 자신에게 투자를 하기 시작했으니.          



영화 '좋아해줘'에서는 그런 대사가 있었다.

     

"형, 진짜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는 거겠지?"

"뭐?"

"그니까, 내가 인위적인 방법을 시도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인위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 형은 도움의 끝에 그런 말을 한다.

"인연 같은 소리 작작하고 밥이나 먹어 인마."     


영화 '좋아해줘' 스틸컷



 나는 그 영화의 그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정말 사소할 수도 있는 대화지만, 자꾸 생각이 나게 만드는 대화였다.

 특히 인연 같은 소리 작작하라는 대사가.

 운명적이라고 하는 인연들은 과연 정말 우연 속의 우연에서 나오는 게 아닐지, 그것만 기대하는 건 터무니없는 게 아닐지 하는 현실적인 말로 느껴졌다.


 인연은 먼저 오지 않는다.

 온다고 하더라도 잡으러 뛰쳐나가지 않는 이상 붙잡아 둘 수도 없다.

 우선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게 인연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쉽게 마음을 줄 수가 없다.          

 사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한 번 쳐다본 것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뺏기라는 게 너무나도 어렵다.

 정말 뛰어난 매력을 가졌다거나, 자신이 이상형이라는 사람이 우연히 만났다던가. 그런 확률이 얼마나 될까. 기대하기는 마냥 어렵다.     

 그렇기에 의도적인 연출이 필요한 게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 이어지는 게 인연이고,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 또한 인연이지 않을까.


 


이 글은 아래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지만, 여러번의 교정을 통해서 꽤나 변형이 된 글이 담겨져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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