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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l 09. 2024

코로나 블루

블랙 스완은 철새처럼 반드시 찾아온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있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격리조치로 발생한 우울감을 말한다. 코로나는 사람들 마음만 우울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서비스업에 직격타를 날렸다. 심각한 매출 저하로 인해 경제는 후퇴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 2분기 -28%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였다.

미국 GDP 성장률, tradingeconomics.com


자산 버블이 꺼져가는 순서는 위험한 정도에 따른다.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디레버리징을 하면서 제일 위험한 물건부터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이때 1순위는 당연히 가상자산이다. 실제로 코인 시장의 코로나빔이라는 전조 증상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스닥과 다우존스 지수가 붕괴되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렸다.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DJI), google 금융


앞서 적었지만 투자 실패로 5억 원이 7천만 원이 되었고 다시 부채를 상환하여 만든 종잣돈인 2천만 원으로 다시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장에 이상한 일이 감지되었다.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태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기술적 분석으로 성공한 투자자인 래리 윌리엄스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당일 가격폭이 전일 가격폭을 크게 넘어서면 현 시장 방향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다.  - 장단기 투자의 비밀, 래리 윌리엄스


바꿔 말하면 가격 진폭이 줄어드는 추세라면 이는 앞으로 큰 방향으로 가격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매수세와 매도세가 보합하여 마치 태풍의 눈처럼 시장이 고요해진 것을 모른 나는 마냥 초조하기만 했다. 시장은 방향성을 잃어갔고 미결제 약정액(open interest)만 높아갔다. 향후 어느 방향에서 대규모 청산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고백하건대 시장을 우물 안 개구리 마냥 기술적 분석에 집착해서 보았기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오히려 낮은 변동성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잦은 매매로 인한 수수료와 슬리피지는 자본금은 계속 갉아먹었다. 앞선 큰 실패에 따른 청산 우려로 잦은 손절(stop loss)을 되풀이하다 보니 자본금은 이미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위대한 레버리지 효과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장에는 큰 하락이 찾아왔다. 누군가 대량매도를 하였고 그것이 방아쇠가 되어 선물시장에 연쇄 청산이 일어났다. 블랙 스완이 찾아온 것이다. 2020.3.12일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현물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 롱(매수) 포지션을 가진 사람은 경우에 따라 2배 레버리지에도 청산당할 수 있는 대폭락이었다.


나는 그때 청산당하진 않았다. 그러나 당시 겪은 공포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청산 위험 때문에 레버리지를 최소화하여 추세 하단에 들어가 저점에서 매수하여 약간의 이익을 보기까지 했다. 사후 확증편향(hindsight bias) 관점에서 볼 때 너무 소심한 것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은 직접 자기 돈을 투자하여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나심 탈레브는 <Skin in the Game>에서 이렇게 적었다.


Don't tell me what you think, tell me what you have in your portfolio.

그때의 결정뿐만 아니라 매크로 관점에서 기나긴 상승장을 예지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저 운이 좋았다고 일희일비했던 것 같다. 나는 당시 돈을 크게 잃은 경험은 있었지만 여전히 얻은 교훈은 전무했다.




이때 미연준은 자본주의 시장을 살리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에서 했던 급진적인 정책을 다시 펼친다. 코인시장 붕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주식시장의 붕괴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파국에 대한 선반영이다. 2008년의 양적완화(QE)를 통해 학습효과를 거친 미국 연방정부와 미연준은 보다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했다. ZIRP(Zero Interest-Rate Policy)라는 약어로 불리는 제로금리 정책을 다시 시작하고 달러 윤전기를 돌려 무려 5조 달러를 집행한 것이다. 이 금액의 규모는 금융위기 규모의 7배 이상이었다. 미연준의 통화 정책인 미국채(Treasury Bond), MBS(모기지저당증권) 매입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재정 정책으로 코로나 시기에는 자국민에게 1인당 수천 달러의 현금 살포를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기에 미국의 정책을 모방하여 세대주로 한정하긴 했지만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현금 지급을 한 바 있다.


세 번의 부양책 금액을 모두 합산하면 5조 달러에 이릅니다. 금융위기 때 은행 자본 주입을 위해 진행되었던 메가톤급 부양책인 TARP의 금액이 700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규모의 부양책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 위기의 역사, 오건영


시장의 위기 때마다 미연준이 CPR(심폐소생술)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을 냉소적으로 일컫는 '버냉키 풋'은 옐런 풋으로, 다시 파월 풋으로 이름만 바뀐 채 계속되고 있다. 낮은 금리로 자산 인플레이션은 수년간 축적되어 왔다. 결국 코로나로 취약해진 경제와 맞불려 블랙 스완이 등장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잉태할지도 모르더라도 MMT(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화폐이론) 주의자처럼 미연준의 역대 의장은 제로금리를 주기적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은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에 숨겨진 자산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었다. 전에 폴 볼커의 방정식에는 ‘사촌지간’인 두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린스펀의 연준은 점차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하는 매우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연준은 소비자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지 않는 한에서 화폐 공급을 계속 늘리고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자산 가격은 제어 불가능한 본성에 따라 움직이도록 방치되었다. -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크리스토퍼 레너드


2022년 3월 제로금리를 벗어난 이후 미국은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 후유증을 겪었다. 2022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대 9.1%에 달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인베스팅닷컴

나는 당시에 파월풋이 가져온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후 시작된 거대한 상승장에서 소외되어 시장을 떠도는 유령이자 패배한 개(마케이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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