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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trict Code Nov 30. 2023

영화에서나 보던 미국 나사(NASA)를 직접 가보면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에는 펄럭이는 성조기가 꼭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등장한다. 미국인의 자부심 같다. 한국에 살 때는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우주에 관심이 많나, 그 배경이 궁금했었다. 미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네 평범한 천문대에 미국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우주를 주제로 한 학교 행사, 지역 행사들도 많다. 아무리 국가가 경제적·군사적 이유로 우주 관련 기술에 혈안이 돼있다지만 미국에서 판매하는 교구, 책들을 보면 달, 지구, 우주 등에 미국인들의 순수한 호기심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한다.


다수의 한국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지구 너머의 세계에 미국인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미국에서는 우주 덕후들이 왜 계속 나오는 걸까? 그들이 잘 성장해서 세계를 뒤흔드는 발표를 할 때마다 괜한 질투심이 든다. 현시대 지구 최강자 미국 너는 왜 우주까지 너희 소유처럼 만드는 거니? 부럽다야.


그리고 그 배경을 알게 된 여행이 있다.


텍사스에 산다면, 특히 자녀가 있다면 무조건 방문하는 스테디 핫플레이스인 관광지가 있다. 바로 존슨 우주 센터 (NASA Johnson Space Center)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우주 센터이다. 미국의 모든 우주 계획을 총괄하는 본부이다. 우리에게 유명한 장면인 1969년 미국 우주비행사가 달에 깃발을 꽂던 그 이벤트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나사에서 일하는 공학자들은 우주선을 설계하고 개발하고 완성하는 일을 한다. 우주공간이나 달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변화들을 관측하고 연구한다.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몇 시간 내에 나사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뭐? 근처에 나사가 있다고? 진짜 나사?" 라며 놀랐다. 그리고 주변사람에게 다녀온 후기를 물었다.


후기는 다들 비슷하다. "별 거 없더라..."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가 본 나사센터도 사실... 별 거 없다. 화려함으로 따지면 한국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비교도 안된다. 대규모의 진행되는 흔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프로젝트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친절하게 설명된 교육적인 요소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다녀온 주변 사람들과 나는 말한다. "그래도 가봐야 한다."





나사 센터에는 실제 우주 비행을 한 우주선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재현해 놓은 우주선도 있다. 우주복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도 있다. 우주선에서의 생활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도 볼 수 있고 나사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지구, 달, 우주에 관한 전문적인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꽤나 전문적이라 나 같은 일반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한 자료들도 많았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이곳의 가장 강력한 매력은 이곳을 다 둘러보고 나가는 순간부터 우주여행, 우주선, 우주비행사 같은 것들은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사센터 견학은 방문 전과 후의 우주를 보는 관점을 판이하게 다르게 만든다. 우주를 다룬 영화 속 장면들은 비단 SF일 뿐만 아니라 각색을 한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다시 다가온다. 판타지의 영역에서 내가 일할 수도 있는 곳 혹은 내가 공부하면 새롭게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현실의 영역으로 변한다. 을 하고 나온 아이들의 손에는 나사 관련 기념품이 하나씩 쥐어져 있다. 나사배지 혹은 나사 물병, 우주인 인형 등이 아이의 손이 자리 잡는다. 아이의 세계에 우주도 한자리 차지하게 된다.






디즈니 영화 <소울>을 보면 지구에서 태어나기 위해서 영혼들은 필수적으로 '불꽃' 받아야 한다. '불꽃'은 한 인간의 직업, 관심사, 개성, 본질, 정체성의 비유이다. 이 '불꽃'을 찾기 위해 영혼들이 하는 일은 The hall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전당)이라 불리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의 집합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직업을 경험해 보는 직업 체험관 같은 곳이다. 이 모든 것들을 둘러보면서 영혼들은 자신의 '불꽃'을 찾는다.


모든 부모의 공통 질문인 '우리 아이의 꿈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을까?'에 대한 디즈니의 답변은 결국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체험)하도록 도와주고, 거기서 아이가 스스로 꿈(혹은 인생의 의미)을 찾도록 하라'이다.


하지만 The hall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전당)은 현실에는 없다. 아이가 우주에 관심을 보인다고 미국 휴스턴의 나사센터로 바로 올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나의 경우 텍사스에 살고 있어서 운 좋게 나사센터까지 가 본 것이지만 다른 경험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녀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해주거나 영감을 줄 수 있는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과 영상을 노출해야 한다. 이때 부모가 선호하는 관심사만 자꾸 노출시키거나 자식이 좋아했으면 하는 특정 분야만 자꾸 들이밀면 안 된다. 부모가 잘 모르는 분야가 아이의 '불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보는 세계가 아이의 세계가 된다는 무서운 말이 있지 않은가. 부모가 된 이상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서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부모의 좁디좁은 세계에 갇힌 아이가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지 학교에서 수도 없이 본다. 또 부모가 강요하는 분야의 책만 강제 노출당한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읽을 나이가 돼도 책을 읽지 않는다. 왜냐면 책이라는 건 항상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책을 접하다 보면 아이는 자신만의 '불꽃'을 만난다. 어린 시절에는 작은 불꽃이고 학창 시절에는 내면의 거대한 불꽃으로 성장한다. 어린아이의 작은 불꽃을 키우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한다. 초등학교 입학 까지 아이는 수도 없는 작은 불꽃들을 만나야 하는 소위 결정적 시기를 거친다.(물론 그 이후의 아이의 성장도 무척 중요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이 말하는 일명 '스펀지처럼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대체로 7세 이전이다.) 그리고 이때 부모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이 황금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높은 확률로 부모보다 친구의 말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1살 혹은 2살 아이가 동물에 대해 처음 배운다고 가정하면, 책이나 영상에서 유난히 아이의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동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사운드북을 통해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를 더 좋아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최애 동물을 알았다면 그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여러 권 구해서 아이에게 읽어준다.


렇게 아이의 관심과 연결된 책 읽기를 통해 아이는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더 확장하여 아이 좋아하는 동물이 있는 농장이나 동물원을 간다. 아이는 그곳에서 여러 교육적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배운다.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부모가 여러 방식으로 접하게 해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부모의 지지를 만끽하며 행복하게 자란다.


다음으로 평소에 지역 사회에 열리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는 것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직업,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한다. 적어도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라도 새롭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 오기 전 지막으로 한국에서 참여한 지역 행사 집 근처 도서관에서 열린 "세계 문화 행사"다. 이런 행사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볼거리가 무조건 있다.  행사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아이는 처음 본 악기들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흔들면 빗소리가 나는 아름다운 악기인  '레인 스틱'을 알게 되었다. 이런 행사들은 거의 무료이다. 집 근처 도서관 홈페이지 들어가서 도서관과 지역에서 하는 행사를 꼭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녀가 학교에 다닌다면 학교 홈페이지나 지역 교육청 사이트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들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금 혹은 기업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행사라 전문인력이 무조건 투입된다. 다소 시시해 보일 수 있는 행사에 마음을 열고 참여하면 전문적 영역이라 여겼던 분야에 자녀가 재미를 발견하거나 자녀가 가진 관심사를 더욱 정교화시킬 수 있다. 이런 행사는 정말 항상 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무작위로 아무 중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최근 게시된 글에는 대학생과 멘토링을 경험할 기회를 주는 행사도 있고, 미래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 화학·바이오·환경 기술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실시한다. 유명한 대기업에서 AI 청소년 캠프도 모집 중이라고 한다. 천문대에 대해 알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줌수업도 있다.


학교에 근무하면 이런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접한다. 생각보다 양질의 행사들이 굉장히 많다. 특정 행사는 전체 학생들에게 안내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리고 소수의 학부모만 그것들을 관심 있게 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종례 시간에 이런 행사를 반 전체에게 전달하고 교실 내의 알림판에 출력한 행사 안내문을 붙여둔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의 책임감으로 평소에 패션에 관심 있는 학생을 따로 불러서 패션 디자인 관련 행사를 안내해 준다던가 글을 잘 쓰는 학생에게 공모전을 소개해주는 식으로 상담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행사들을 알아보는 열정에는 비할 수 없다. 부모가 함께 체험하고 자녀와 많은 대화 하면서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수고를 할 때 아이가 가진 가능성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된다. 한국에서 우주 크기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서울에 근무할 당시, 외모가 눈이 띄게 잘생겨서 중학교 입학 하자마자 소위 노는 무리의 선배들의 관심이 된 A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자주 덜렁대는 학생이라 꼬시면 넘어갈 것 같았는지 일진무리들의 섭외가 정말 노골적이더군요. 담임인 저는 "너네 저리 가라"며 복도에서 그들을 쫓아낸 적이 많았습니다. A학생 어머니와 상담하며 이런 상황에 대해 말했습니다. 여름방학에 A학생은 가족들과 한 달 동안 동남아의 한 나라에서 지내면서 갖은 고생을 했더군요. 여름방학이 지난 후 A는 더 이상 선배들의 섭외에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얼마나 유치한 제안인지, 그들이 만든 세계가 얼마나 의미 없는지 깨달은 것 같더군요. 그리고 태권도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 항상 밀리지만 태권도장에서는 A가 얻을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이 많았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하나로 방과 후에 태권도장에서 살았고 관장님이 공부도 잘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수업시간에도 예의를 갖추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물론 종종 친구들 간의 다툼이랄지 수업 중 딴짓해서 걸리는 등 사소한 문제는 있었지요.


학교에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학생들은 정말 좁은 세계에서 삽니다. 그들의 무리에서 버림받지 않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그 무리에서는 그들이 뭐가 된 것 같거든요. 그들은 존재의미를 그 무리에서 찾습니다. 미래가 없는 동굴의 암흑 같은 곳이죠. 불량한 행동을 하면서 주변의 관심을 갈구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1. 그 무가 보잘것없다는 실을 깨달을 수 있는 넓은 시야 (이는 다양한 직간접 경험이 필요합니다.) 2. 무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얻은 성취 경험들입니다. 사소하더라도 상관없어요. 단 1명에게라도 제대로 인정받으면 됩니다. 


이 2가지 있다면, 아니 단 1가지라도 있으면 변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교육의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아서 미미해 보이지만 시도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아이들은 언제든지 다르게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라면, 어른이라면,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많은 성공기회를 아이들이 성장하는 내내 제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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