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필요해
매일 희망이 가득 찬 마음으로 살길 바라는 나에게 가장 방해가 되는 생각은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희망을 꿈꾸면서도 희망에 내가 소진될까 두렵기도 하다. 희망고문을 당하고 싶지 않다. 희망에 배신당하고 싶지 않다. 희망을 붙잡는 삶을 살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어디에 발을 담가야 할지 몰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백조인 이 시간을 손해 보기 싫어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내 마음의 실사판일 것이다.
나는 왜 손해 보기 싫어할까?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해서 내 희망의 100%를 돌려받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100%의 노력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데도 어떻게 하루하루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100을 투자하면 100을 온전히 받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나다.
지금 나에겐 바보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늘 항상 똑 부러지게 계산하며 살수록 내가 더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내 안에는 바보가 필요하다. 넘어지면 허허 웃으며 다시 일어나 희망이라는 끈을 언제든 다시 붙잡고 일어서는 바보가 필요하다. 이젠 일어서긴 했는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제 내 희망에는 '의미' 한 스푼이 필요하다.
매일 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이라 우겼는데 이제는 이걸로는 성이 차지 않아 '의미'까지 곁들인 희망을 원하기 시작했다. 참, 사람 마음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차동엽 신부님이 쓰신 책 '바보 Zone'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다고 믿어보려고 한다.
'어둠을 밝히는 사람이 되자!'
'어떻게??'
'나도 몰라!! 방법이 있겠지 뭐!! 헤헤'
<의미만 있다면>
바보는 행동파다.
바보의 지식은 머리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가슴을 지나 발로 내려온다.
그리하여 바보는 의미 있는 일이라면 목숨을 건다.
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페페.
낡은 아파트에서 엄마 없이, 아픈 아빠와 여덟 누이와 살아가는 페페는 어린 나이임에도 일을 해야 했다.
어스름 해질 때면 페페는 긴 막대기를 들고 온 거리를 다니며 가로등 켜는 일을 했다.
차례로 켜지는 가로등 하나하나가 미래를 약속하는 작은 불꽃이라고 상상하며 페페는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알비나를 위해 이 불을 켭니다. 고아들을 돌볼 힘을 주세요."
"아빠를 위해 이 불을 켭니다. 아빠의 마음을 위로해 주세요."
"저를 위해 이 불을 켭니다. 앞으로도 계속 가로등 켜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페페는 처음부터 가로등 켜는 일을 못 마땅히 여긴 그의 아빠로부터 심한 말을 듣게 된다.
"넌 앞으로 밑바닥 일이나 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될 거다!"
그때부터 페페는 허둥지둥 가로등을 켜기 시작하고,
어떤 가로등은 빼먹고 켜지 않을 때도 생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밤, 거리가 깜깜해지도록 페페의 동생 아순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그제야 아빠는 페페에게 간절하게 말한다.
"제발 가로등을 켜 다오, 응?"
페페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한다.
"전 공부할 거예요. 의사 같은 직업을 가지려면요."
"길거리가 너무 캄캄하잖니. 아순타가 무서워하고 있을 거야.
오늘 밤에 가로등 켜는 일은 아주 중요하단다."
그제야 페페는 거리로 나가 가로등에 불을 붙이며 아순타를 위해 기도한다.
마침내 늘 자신을 위해 불을 켜던 마지막 가로등에 이르자 바로 그곳에 동생 아순타가 있었다.
"오빠, 너무 무서웠어. 왜 오늘 밤엔 우릴 위해서 가로등을 안 켰어?"
"미안해, 아순타."
"나도 크면 오빠처럼 가로등을 켜고 싶어. 참 멋진 일 같아.
어둠을 쫓아버리잖아."
집에 들어선 페페와 아순타를 본 아빠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한다.
"페페, 계속 가로등을 켜렴. 난 네가 자랑스럽다."
페페는 다시 온 정성을 다해 가로등을 켰다. 전과 똑같이....
페페의 일은 단순히 가로등을 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동생의 말마따나 어둠을 쫓아버리는 숭고한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짧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작은 의미의 소중한 아닐까.
역설적으로 말해서 '의미'가 깃든 일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작은 일이 아니다.
_바보 Zone, 차동엽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