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단상
사람의 마음에는 벽이 있고, 그 벽을 뚫고 들어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기를 바라며 서로를 기대려 하지만 이내 서로를 찌르고 마는, 고슴도치 딜레마 같다.
관계는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밀착하고 이 사이에는 두터운 애정과 믿음이 생겨난다. 연인, 가족, 친한 친구 등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러한 '두께'를 가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다툼은 때리는 형태가 아닌 찌르는 형태로 변하고, 배신은 분리되는 것이 아닌 찢어지는 형태가 된다.
두텁지 않은 관계에서 배신은 불가능하다. 유다가 배신자인 이유는 그가 예수와 두터운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다. 욕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연인은 그럴 수 없다. 어떤 연인은 매우 밀착되어 있지만 행복하지 못하다. 상대방의 마음은 제대로 보려 하지 않고, 두터운 관계에 숨이 막히기도 한다.
아동문학 작가 배빗콜의 동화 중 '따로따로 행복하게'라는 동화가 있다. 이혼가정이지만, 각각의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불건강하게 느껴지는 '이혼'이라는 사건 이후에도 나름의 관계를 유지한 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소중한 관계 사이에는 그만큼 상대방을 위한 공간도 남겨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이런 구분을 하지 못했다. 깊은 관계를 원한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며, 거부당했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