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진화하는 생명은 없다 경쟁하며 진화한다

공진화 - 붉은 여왕 효과 – 외부효과

by 포레스트 하이

국화과 식물은 지구 상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초본식물입니다. 전 세계 2만 3천여 종, 우리나라에만 약 390 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해바라기, 백일홍, 코스모스, 민들레, 개미취, 쑥부쟁이 등 이름을 열거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흔히 눈에 띄는 해바라기와 백일홍을 떠올려 보시지요. 하나의 꽃대 위에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머리 모양의 꽃차례, 두상화서(頭狀花序)를 이룹니다.


먼저 해바라기나 백일홍은 하나의 꽃이 아니라 수많은 꽃의 집합체임을 알고 시작할까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모양이 다른 두 종류의 꽃이 확연합니다. 가장자리 꽃잎은 혀 모양으로 생겨, 혀꽃 혹은 설상화(舌狀花)라고 합니다. 가운데 둥글게 모여있는 꽃들은 튜브(管)나 대롱(筒) 모양의 가늘고 긴 꽃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상화(管狀花) 또는 통상화(筒狀花)라고 부르지요. 이들 꽃잎 하나하나가 모두 꽃입니다.


두상화설상화.jpg 해바라기와 백일홍. 바깥쪽 꽃을 설상화, 안쪽 꽃을 관상화라고 부른다 / Pixabay


국화과 식물은 각각의 꽃들이 개화시기를 달리합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번식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지요. 꽃가루에는 돌기가 있어 곤충이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형질까지 바꿨지요. 한편, 1초에 약 60번 이상 날갯짓하는 벌새는 꿀을 쉽게 채취하기 위해 부리를 길게 진화시켰습니다. 벌새가 좋아하는 붉은 꽃은 벌새가 먹기 쉽게 주둥이를 가늘고 길게 진화시켰고요. 이처럼 동물은 식물에, 식물은 동물에 서로 의존하면서 함께 진화하고 생존해 나갑니다. 이를 '공진화(進化, coevolution)'라고 합니다.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생물들은 기생 혹은 공생의 관계로 살아갑니다. 각각 착취적 공진화, 협력적 공진화라고 하지요. 지금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형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적 공진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류가 백신을 만들면, 바이러스는 또 변형하면서 진화해 나가는 거지요.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s Hypothesis)’은 공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머리카락이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하지요. 그 나라에서는 움직이면 주변도 같이 움직이므로, 더 빨리 뛰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해야 한다며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영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 붉은 여왕

조직 내부에서 공진화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팀 혹은 개인 간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과 협업이 활발해지면 ‘1 + 1 > 2’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있지요. 하지만 ‘1 + 1 < 2’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다 서로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불협화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겠지요. 공명심과 팀 이기주의가 원인입니다. 그런 불편함이 마땅찮아 나 홀로 혹은 팀 단독으로 일했으면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싫어하는 동료 유형을 조사하면 '혼자 잘난 척하고, 비협조적인 인물'이 늘 상위에 오르는 사실을 생각해 보시지요.


공진화는 ‘외부효과(Externality)’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직원의 행동이 다른 직원에게 의도하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어느 팀의 성과 창출 방식이, 누군가의 자기 계발 노력이 다른 팀과 동료에게 플러스 영향으로 작용하여, 회사와 직원이 더불어 발전하는 건 ‘긍정적 외부효과’가 되겠지요. 회사가 굿 프랙티스를 발굴하여 전파하거나, 학습조직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인사관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표출됩니다. 비근한 예가 낙하산 인사, 불공정 인사입니다. 역량과 성과와 거리가 있는 무리한 인사는 바로 직원 사기 저하, 팀워크 훼손 등으로 연결됩니다. 민감하지만 최근 특정 젠더에 대한 배려 및 승진 할당 제도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지만, '우대와 할당'이라는 규제가 동기유발과 공정 분위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요.


인사가 불안하면 조직은 쉽게 흔들리고 맙니다. 나쁜 감정이 보다 쉽게 오염되는 이치지요. ‘1명이 승진하면, 5명의 심리적 산재 직원이 발생’ 한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탄식은 그런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인사 문제에 있어 '공정'과 '파레토 최적'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와 감정이란 재화는 애초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중손실(死重損失)의 최소화, 다시 말해 인사 불만자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는 만사니까요.


속도와 경쟁, 변화의 시대, 회사와 개인은 어떤 포지션을 가져야 할까요?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협력적 공진화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핵심 인재를 유독 강조하는데, 이런 정책도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스탠퍼드 대학 제프리 페퍼 교수가 『숨겨진 힘(Hidden Value)』에서 지적한 말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수 인재에 대한 지나친 차별 관리는 득 보다 오히려 실이 많을 수 있다. 자칫 잘못 운영될 경우 대다수 구성원의 소외감 야기, 이로 인한 사기 침체, 팀워크 저하 및 생산성 감소뿐만 아니라, 파괴적 조직 문화까지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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