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난 시간, 지도 위에 새긴 기억
초등학교 1학년, 만 다섯 살, 두 살 반인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소중한 순간들이 바쁜 일상 속에 사라져 버리곤 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옹알이를 하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엔 끊임없이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초등학생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요즘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들며 가끔씩 아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짧지만 지금까지 나눈 소중한 순간들을 별로 기록해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여행을 다녀오면 간단하게 메모를 남기거나 최선을 다해 사진을 웹하드에 저장해 두고는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여행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기억에서 점점 흐릿해져 가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너희들과 함께했던 너무나도 특별한 지금의 순간들이 그저 “과거”가 되어버리는 시간이 오겠지?
우리가 어릴 때 어디로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어른이 되면 파편의 기억 밖에는 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가 가족에게 남겨두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기억들,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 아닐까?
아이들이 성장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도 어느 날 가끔씩 돌이켜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던 차 무심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아주 예쁜 지도 일러스트를 발견했다. 일러스트를 제작한 회사의 웹사이트를 보니 일본 전국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일러스트 지도를 제작하고 있었다. 너무 특별해 보였다.
나도 이런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 인강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강의가 없어 영어 강의를 들으며 나만의 지도를 제작해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예시로 나와있는 유럽의 유명 관광지를 그리려는데 뭔가 이건 아닌데 싶었다. 왠지 뻔한 일러스트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내 발로 직접 걸어 보고,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는 곳을 그려 넣으면 더 많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녀온 미야코지마 여행을 떠올렸다.
가족과 함께 다녀온 여행지를 일러스트로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행을 하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매번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던 과거를 극복(? 매번 하다가 포기했으니까)하고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구글맵을 인쇄해 우리가 다녀온 곳을 표기하고 여행사진을 보며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과 여행지를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그렇게 지도를 완성하고 요소를 그리고 또 기억들을 글로 쓰다 보니… 누군가는 같은 지도를 보며 그들만의 또 다른 여행을 기획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 싶어 공유해 보기로 했다.
지난 11월에 4박 5일로 정신없이 다섯 식구가 우당탕탕 떠난 다녀온 미야코지마(오키나와) 여행, 그리고 그 속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읽는 이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이야기가 끝나면 처음으로 만들어본 일러스트지도 제작과정도 공유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