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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Oct 07. 2021

이제 이 여행기를 끝낼 때가 왔다

나의 인도 여행을 그리며 - 부채감과 먼지가 더 쌓이기 전에


   이제 이 여행기를 끝낼 때가 왔다. 


   너무 오랫동안 망설여왔다. 사실 난 언제나 두려웠다. 글 앞에 ‘과거에 쓴’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봤을 때 그 솜씨가 형편없다고 느껴질까봐 무서웠다. 몇 주 혹은 몇 달 전에 쓴 글에 대해서도 스스로 늘 냉혹한 평가를 내렸던 나였기에 언젠가 완벽한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었다. 즉 나는 ‘내가 과거에 낸 책’이 스스로 부끄러운 기억이 될까봐 두려웠다. 글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못썼지, 이 실력으로 어떻게 겁도 없이 출판을 한다고 덤볐을까, 할까봐.


   그렇게 여행 이후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내가 인도 여행기를 독립출판으로 낼 거란 이야기를 공공연히 아주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던 탓에 몇몇 지인들은 가끔 책은 어떻게 되어가냐며, 쓰긴 쓰는 거냐며 묻곤 했다. 이러한 질문의 의도는 내게 장난 반, 애정 반, 그리고 내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반으로 읽혔다. 어느 쪽이 되었든 난 물어오는 이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는데, 잊지 않은 것에 대한 고마움 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창피함 반, 그리고 부채감이었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고 그 얕았던 약속을 진심으로 믿어준 그들의 마음씨에 대한 부채감은 꽤나 깊어서 생각보다 무겁게 내 발목을 잡아끌었다. 그로 인해 난 언제든 내 삶에 여유라 불릴 만한 빈틈이 생길 때마다 이 미션을 떠올리곤 했다. 아, 나 여행 책 정말 내야 하는데. 그걸 꼭 내야 하는데.


   나를 조금 슬프게 하는 건 이제 책에 대해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정말 이제는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금 내 인생에 어쩌면 다시 없을, (퇴사로써 스스로 만들어낸) 제법 긴 공백기가 찾아왔으니. 다음 스텝으로의 도약 이전에, 정확히 말하면 또다시 어딘가의 소속이 되기 전에 난 나와의 오랜 약속을 지켜내려 한다.


   산뜻하지만 때론 진지했고, 시종일관 명랑했던 이 여행기를 통해, 나는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오랜 부채감에서 해방되려 한다. 이 글을 들여다볼 미래의 내가 얼마나 부끄러워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작가의 숙명이라고 했던 모 출판사 편집자 친구의 말에 따라 이젠 담담히 받아들이련다. 어차피 인생은 부끄러움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꼭 이 여행기가 아니더라도 난 또 다른 부끄러운 역사를 계속 만들어낼 테니, 책 또한 그런 과거사 한 켠의 귀여움 정도로 승화시켜야지. 그래, 쫄지 말고 한 번 써보자. 사진첩에 앉은 먼지를 훅훅 털어내는 마음으로 추억을 쭈욱 훑어보며, 지금 이 순간 ‘나’만의 문체로 써 내려 가보자. 그러니 미래의 나는 조금만 너그럽게 평가해주길 바란다. 보시다시피 과거의 너가 지금 꽤 어렵게 스타트를 끊었잖니.


   그럼 바야흐로 3년 전의 내 인도 여행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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