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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Feb 10. 2019

조드푸르의 시계탑 광장에는 이야기가 있었네

주제 in 인도 그림 여행기 - 블루시티 조드푸르

조드푸르의 상징, 광장의 시계탑


   광장에 우뚝 솟은 시계탑은 조드푸르 하면 떠오르는 상징 중 하나다. 시계탑을 중심으로 각종 가게를 비롯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대부분 시계탑 광장을 거쳐 가야 해서 '조드푸르 여행은 시계탑으로부터 시작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탑은 꽤 높은 데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내부 구경을 할 수도 있고, 시계탑 지기님께 탑 역사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체험을 했다는 원석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시계탑의 역사를 듣는 건지 시계탑을 지켜온 본인의 역사를 듣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한다. 설명도 꽤나 장황하게 하시는 편이었다고. 그 말을 듣고 난 가볍게 생략하기로 했다. 밖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시계탑도 충분히 멋지니까.


인도에서 처음 완성한, 조드푸르 시장의 여인 그림

   시계탑 광장 인근 시장에는 없는 게 없었다. 우리나라의 흔한 재래시장과 비슷한 데다 동묘시장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마저 갖추고 있었다. 골목골목을 따라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시장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고르는 인도 여인의 뒷모습이 담긴 그림은 LG게스트하우스 루프탑에 앉아 그린 것으로, 이 여행에서 완성한 첫 그림이다.



시계탑 광장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먹은 그릴 파니니와 조드푸르 짜이



   시계탑 광장의 거의 중앙에 있어 한눈에 광장을 둘러볼 수 있었던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서양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보였던 가게의 사장님은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를 닮아 늘 푸근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그 웃음이 담겼는지 이곳 샌드위치와 파니니는 정말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었다. 조드푸르만의 특색이 담긴 스페셜 짜이는 일행들에겐 호불호가 갈렸지만 다행히 내 입맛엔 잘 맞았다. 향신료가 좀 더 곁들여진 게 어딘가 어른스럽고도 왠지 모를 품위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곳은 확실히 조드푸르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 매일 아침 샌드위치를 먹으러 느릿느릿 내려오고픈, 그런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서서히 광장을 채울 때, 맛난 아침 식사와 함께 이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인도 땅 상륙 최초로  아이스 라떼를 만나다!



그러고보니 인도 여행 최초의 '아이스'커피도 이곳에서 만났지. 한국에선 '곧 죽어도 아이스라떼'를 외치던 '얼죽아'인 내게, 어딜 가도 뜨거운 블랙커피뿐인 인도는 조금 가혹한 곳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이곳의 라떼는 그나마 위안이었다. 비록 얼음을 넣었다 뺀 듯 미지근한 온도에,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보다 연한 맛이었을지라도!



인도 전통옷 '사리'를 쌓아두고 팔던 상인들



   시계탑 광장엔 인도 여성의 전통의상인 사리를 쌓아두고 파는 상인들이 많았다. 샌드위치 집 바로 앞에서 사리를 팔던 한 인도 언니는 나에게 사리를 팔고 싶어 안달이었다. 조드푸르 도착 이틀 차 모든 게 마냥 신기해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나는 상인들에겐 최고의 타깃이었다. 반복되는 눈짓과 손짓에 내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말도 거의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는데 그 모든 의미가 정확히 와 닿아 못 알아들을 것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못 이기는 척 따라간 뒤 손수 더미에서 열심히 골라주는 사리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투명한 청록색 사리였다. 그녀는 이 사리가 내게 잘 어울린다며 열심히 어필했고, 색이 맘에 든 내가 약간 머뭇거리는 틈을 타 이를 바로 내 몸에 둘러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변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인도 사람들은 외국인이 사리를 입는 것을 매우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구매당한(?) 사리를 입고 시계탑에서 사진을 찍었고 삼삼오오 모여든 구경꾼들은 그런 나를 찍었다. 사진을 함께 찍자며 다가오기도 했다. 인도인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동양인 여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여행 후기를 꽤 보았지만, 이를 실감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특히 사리와 함께라면 어디서든 나는 '준연예인'급 시선을 받았다. 난생처음 하는 이 경험이 싫진 않았다! (사실 좋았다!)




구매한 청록색 사리를 입고 샌드위치 가게의 사장님과 찍은 기념 사진



내게 사리를 판 데 이어 내 일행 동생에게도 사리를 판, 능력있는 사리 상인 인도 언니! 내게 보내는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라!



푸근하면서도 어딘가 똑똑해보이는 인상의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 지금 보니 옷 색이 묘하게 비슷하다.



치즈가 꽤 '낭낭하게' 들어있던 파니니. 위에 치즈를 뿌려 데코한 것도 무척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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