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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Oct 24. 2021

아무렴 좋았던 파란빛의 도시

주제 in 인도 그림 여행기 - 블루시티 조드푸르

    



   '블루시티' 조드푸르, 내 인도여행 두 번째 도시. 도착지 델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번째 도시였고 이젠 그 이상의 의미로 특별하게 남은 곳이다. 인도 기차 슬리핑칸에 혼자 몸을 싣고 조드푸르로 향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뒤척이다 장장 10시간이 걸려 도착한 역에서 나는 서둘러 내렸다. 처음 경험한 기차에서의 밤이 평안했을 리가 없었다. 이곳저곳이 쑤시는 몸을 이끌고 동행 친구가 묵고 있다는 숙소로 가기 위해 릭샤에 올라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그 게스트하우스엔 빈 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친구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었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와이파이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 나는 가이드북에서 본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를 무작정 찾아 나섰다. 어찌나 높은 곳에 있던지 끙끙 대며 골목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그곳에는 다행히 빈 방이 있었다. 짐을 풀고서야 긴장이 조금 풀린 나는 이윽고 처음으로 루프탑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와아. 작은 탄성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아침햇살을 받아 온통 하얗고 파랗게 빛나던, 그것이 블루시티의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이었다.


   곧이어 동행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곧 그도 짐을 싸들고 내가 묵게 된 LG게스트하우스로 옮겨 왔다. 골목을 뻘뻘 대며 올라 도착한 친구와 나는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인도여행 내내 함께 한 원석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우리는 네이버 인도여행 카페에서 알게 되어 한국에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이곳 블루시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원석이는 나보다 출국일이 며칠 빨랐던 터라 조드푸르를 하루 먼저 둘러봤고, 내 가이드를 자처하며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그렇게 우리의 공식적인 인도 동행길이 시작되었다.


'어떤 적도 뚫지 못한' 견고함으로 유명하다는 메헤랑가르성. 압도감과 위엄이 상당하다.


   조드푸르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도시인데, 영화 '김종욱찾기'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임수정은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씨를 애타게 찾는데 그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곳이 바로 조드푸르였다. 그래서 조드푸르를 방문하는 많은 한국인들, 특히 여자들은 농담삼아 '김종욱 찾으러 왔는데 없더라'고 말한다. 나의 조드푸르에도 뭐, 김종욱은 없었다. 그치만 그보다 훨씬 멋진 사람들과 행복거리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가 내겐 너무나 소중하게 남았기에, 김종욱이 뒤늦게 나타났다 해도 난 절대 그들과 바꾸지 않았을 거다. 인도에 있는 내내 나는 행복에 차있었지만, 특히 조드푸르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행복감에 젖는다. 김종욱이 없어도, 아무렴 좋았다. 나의 조드푸르, 나의 블루시티와 사랑에 빠졌으니까.  



메헤랑가르성에서 바라본 블루시티의 모습. 그 눈부신 광경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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