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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an 21. 2021

한국어 연습하는 독일 할아버지, 하이델베르크

한국어 연습을 위해 여행자들과이야기한다.

- 한국말하는 독일 할아버지

유럽에 어딜 가든 한국 사람들이 여행하고 있다. 그래서 관광지 로 유명한 지역 근처에 사는 유럽인들은 간혹 한국, 일본, 중국인 을 구별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도 있다. 하이델베르크 여행 중 에 만난 독일인 할아버지도 그런 스킬을 습득한 사람으로 추측 된 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본 아름다운 시내의 전경에 넋을 잃고 사진만 찍어대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어색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여행하다 종종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만나서, 한국어를 듣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으나 누가 들어도 선명한 한국어가 들려서 놀 랐다. 뒤를 돌아보니 백발이 성성한 독일인 할아버지가 엉거주춤 하게 서 계셨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경계했다. 유럽에서 듣는 한 국어는 잡상인들이 호객을 하기 위해 뜻도 제대로 모르고 아무 단 어나 마구 말하는 한국어가 대부분 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차 느린 한국어로 또박또박 제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한국어 배우고 있어요."

" 은퇴하고 외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중국어는 한자가 너무 어렵고 일본어도 한자를 외워야 해서 어려워요."

" 한국어는 한자가 없어서 좀 쉬워요."


양복을 점잖게 빼입으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호객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완벽한 한국어 구사 능력은 아니지만, 단순한 단어의 나열 이 아니라 문장의 형태로 한국어를 구사하고 계셨다. 유럽에서 만 난 사람들 중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이 할아버지가 처음이 자 마지막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으며 하이델베르크 성을 구경온 한국인들을 만나 한국어 연습을 하시는 듯했다.


한국인 한정 천사

우리의 한국어가 너무 빨라서 알아듣지 못하실까 봐, 일부러 한 국어를 천천히 얘기하거나 영어로 간단히 얘기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시던데 그때까지 배움의 기회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존경스럽다. 나도 지지 않고 잘 못하는 독일어로 드문 드문 이야기 했으나 내 실력이 안 좋아 잘 못 알아들으시는 듯했다.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을 만나보면 느끼겠지만, 한글을 읽는 것은 2~3시간 이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어순과 어미가 영어를 비 롯한 라틴어 계열과 너무 달라서 영어권 사람들의 경우 배우기 무 척 힘들다. 할아버지가 대단할 따름이다. 같이 사진을 여러 장 찍 고 파이팅을 바라며 헤어졌다. 할아버지는 또 다른 한국어 여행자 를 찾아 떠나신 듯하다

너무 평화로운 곳이다.

지금에서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008년에도 만난 후기가 있는 걸 봐서는 내가 만난 2018년까지 10년 동안 연습을 하신 듯하다 (옷도 비슷하다). 언어는 안 쓰면 까먹기 마련이라 계속 열심히 연 습하고 계신 듯하다. 다른 여행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여행 가이드 를 해주시고 같이 사진을 찍는 등 한국인 한정으로 천사인 할아버 지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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