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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n 20. 2020

생각정리의 힘

예술경영 season 1_05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com

예전에 한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작가는 개인전을 한 달 앞두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 풀렸던 모양이다. 자문을 구하고자 나를 만나자고 했다. 나는 기꺼이 가서 만났다.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작업이 왜 어려워졌는지 알았다. 전시에 대한 압박감에 불안한 마음이 앞서 있었다.


날 만나자고 한 이유에는 잘할 수 있다는 용기와 칭찬과 힘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난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좋은 말로,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준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내가 조금 욕을 먹더라도 솔직하게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그 작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둘러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 한마디는 이랬다.


“작가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전시를 뒤로 미루는 방법이고, 둘째, 개인전을 취소하는 방법입니다.”

“네?”


찬물을 끼얹어도 이런 찬물이 없었을 것이다. 후에 내가 가고 난 다음에 그 작가는 울분과 답답함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작가님! 전시를 한다는 것은 작가님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지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작품을 내 놓으신다면 관객들에게 거짓말을 하시는 것입니다.”  


생각이 정리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com


그랬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며 작품이 잘 나올 리가 없다. 만약 회회라면 붓이 뒤엉키고 화면이 명료하지 않고 답답해진다. 조각 또한 형상의 조화가 흔들린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작품에 바로 드러난다.

노래를 잘 못 부를 때 음이탈과 불안정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미술 또한 작품에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미술은 음악보다 더 잘 드러난다. 만약 인체를 그리거나 만들었을 때 해부학적으로 조금만 틀리거나 어색하다면 관객들은 바로 찾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매일 매일 보는 것이 우리 인체이기 때문이다. 한 눈에 어색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물론 예술가가 그 형상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한 후 의도적으로 비틀거나 왜곡, 변형한다고 한다면 오히려 전혀 새로운 감각의 특색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관객인 우리들의 눈에 작품이 더욱 멋져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이 중요하다. 작가가 얼마나 생각을 잘 정리했는지에 따라서 작품의 질이 결정된다. 물론 그 생각은 또한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제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다면 작업에 집중한다고 해도 머리가 선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생각정리가 단지 예술가에만 해당될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그것에 대해 전체적인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우리 마음은 정확히 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게 맞을까?’,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나는 왜 돈을 잘 못 벌까?’ 우리는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한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면 이러한 고민들은 정말 쓸 때 없는 잡념이 된다.


생각정리의 터널 끝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com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하기에 앞서 그 일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또한 내가 어떤 메시지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이후의 방법은 그냥 풀린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도움을 준다.


그 작가는 예정대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후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하여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가도, 작품도 깊이가 더해져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예술을 떠나 어떠한 분야에서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완벽한 생각정리가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만 정해진다면 그 이후의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오늘 현재 하고자 하는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정리’를 해보면 어떨까?  


글|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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