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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n 13. 2020

한 예술가의 안티푸라민

예술경영 season 1_06

사회적 안티푸라민을 바른다는 것은 현상을 다시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com

아는 작가가 전시를 했다. 미술 매거진에 전시리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 작가의 전시에 대한 글을 썼다. 10여 년 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름 아는 작가여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좋은 부분만 강조하여 썼다. 매거진이 발행되고 작가를 만나 전시 글에 대해 물었다.


“내 전시에 대한 글을 써준 것은 참 고마운데, 기억에 남지는 않아요.”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글 쓰는 사람은 안티푸라민 역할을 해줘야 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나는 궁금함에 더 물었다.

“자세히 좀 말해주세요. 안티푸라민처럼 시원하게 쓰라는 말인가요?


안티푸라민은 타박상이나 결릴 때 바르는 소염 연고이다. 예전 지금처럼 다양한 약이 나오지 않았을 때 안티푸라민, 호랑이기름이 만병통치약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그가 말한 안티푸라민은 단지 의약품의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상처가 생겼을 때 좋은 약을 바르면 부드럽고, 금방 나아요. 그러나 상처가 생긴 이유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고 또 똑 같은 부위의 상처가 생길 수가 있어요.”

“그것과 안티푸라민은 무슨 관계가 있죠?”

“상처가 났을 때, 안티푸라민을 바르면 굉장히 쓰라려요. 하지만 그 상처는 기억에 각인이 되죠. 글 쓰는 사람이란 작가들에게 안티푸라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순간 머릿속이 선명해짐을 느꼈다. 왜 글을 쓰는가? 단지 잘했다고 칭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각오와 다짐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결국 작가와 독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현 상황을 인식하고, 또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글은 안티푸라민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작가의 한마디가 그날 뇌리에 박혔다. 왜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가? 왜 예술가의 글을 쓰고,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글이 읽혀지기를 원하는가?

글을 쓰는 목적과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 그 작가의 말은 일종의 지침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는 모든 작가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이 되는 말이다. ‘왜 작품을 만드느냐? 이러한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관객들에게 어떤 각인되는 안티푸라민 역할을 할 것인가?’

안티푸라민을 바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com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각오와 다짐과, 그리고 좌절,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계획한대로 매번 진행되진 않는다. 좌절과 실패가 있을 때, 또 다시 그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한다.

또 때론 그것이 실패인지 모르고 그냥 그 안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처 난 곳을 계속 긁고 또 긁다 피가 나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이때 안티푸라민 같은 연고를 바른다면 그 쓰라린 상처의 경험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약속 할 것이다.


한 예술가가 나에게 ‘당신은 안티푸라민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그 때 비로소 나는 솔직하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회적 안티푸라민 역할을 하고자 하며 하고 있는가? 라고.


이 질문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우리는 어떤 안티푸라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글|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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