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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n 25. 2020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건가요?

예술경영 season 1_07

예술은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위에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이미지출처 wallpaperaccess.com


“작가님은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실 건가요?”

젊은 작가들에게 물었다.

“작가님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지속해 나가실 건가요? 물론 잠시 쉬시거나 천천히 가시는 것은 괜찮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죠?”

작가가 내게 반문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제 이름을 걸고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글을 써드립니다. 그런데 작가님이 활동을 중단하시면 제 글이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미대를 졸업하고, 또한 활동을 하다가도 개인적인 사정 등에 의해서 작품 활동을 포기한다. 우리나라 한해 미술대학 졸업생은 디자인을 포함하여 약21,000명이다. 순수미술은 약 5천명 정도이다. 그 중에 작품 활동 하는 작가들이 몇 명이나 될까?


작업비는 끊임없이 들어가고, 수입은 없고, 몇 몇 화려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끝나고 났을 때의 헛헛함은 극을 끝낸 연극배우들이 빈 관객석을 바라볼 때의 감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고 미술계의 핫한 주목을 받는 작가라도 몇 년 뒤 소리 없이 미술계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 다시 작가에게 말했다.

“작가님 반대의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작가님께서 제게 당신은 언제까지 글을 쓰실건가요? 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 작가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다시 말을 잇는다.

“‘작가인 나는 당장 돈도 안되고 생계도 꾸려야 하는 상황인데도   인생을 걸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당신은 언제까지 글을  것인가요? 당신이 글쓰기를 그만 둔다면 내가 당신한테 받은 글이 소용없어지게 되는 것이잖아요’라고 말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듣던 작가는 확실하게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다. 이 질문은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를 엿보고자 함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의지와 진정성에 대한 물음이었다.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의 확고한 예술철학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고, 또한 글을 쓰는 기획자(비평가)의 인생철학을 글에 녹이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글에 공감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작가와 나는 단지 작품과 그 작품을 설명하거나 비평하는 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삶으로 만나는 것이다.


“당신은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실 건가요?”

사실 어떻게 보면 꽤 주제 넘는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작품 활동을 못할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한 정의와 활동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바뀔 수 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의 계획은 분명 수립할 수 있는 목표이다. 난 자신의 삶의 목표에 대해 묻은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목표, 기획자(비평가)로서의 목표가 만나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말하였다.


“작가님도 저도 함께 응원하며 성장해 나가시죠! 제가 정신 못 차릴 때 작가님이 제 뒤통수를 딱 치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저 또한 작가님께 그렇게 하면서 함께 가시죠.”

그날 그 작가와 나는 서로의 진심을 열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은 언제까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실건가요?”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다짐이다. 나는 과연 지금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이 길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 진지하게 우리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글|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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