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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7. 2020

사진노동자 임재천의 일상

예술경영 season 1_09

"배가 고파야 진정한 예술이 나올 수 있어! 헝그리 정신 몰라?"


정말 그럴까? 왜 예술가는 화려한 몇몇을 제외하고 배고픈 직업이 되는 것일까? 바로 경제적 활동을 통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모아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의미를 찾는데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은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위대해지고 명작이 나오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미술은 귀족들만 향유하는 고급미술이었다. 이 고급미술을 대중으로 가져다 준 것이 바로 19세기 발명된 사진이다. 20세기 사진은 단지 현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독자적 예술의 세계를 구축했다.

임재천, 「한국의 발견 02 – 강원도」 , p.142~143, 동해시 이로동과 두타산, 2016.4 © 임재천


여기 한명의 사진작가가 있다. 아니 그는 ‘사진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바로 임재천 사진작가이다. 그는 2000년부터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 나는 그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는 아주 재치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50+1> 프로젝트이다. 50명의 후원자와 한명의 사진노동자가 만나 1년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했는데,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고민하던 중 올곧이 사진에만 메여 일하면 필요한 돈이 얼마일까를 고민했다.


자신의 활동으로 가족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회사원들의 평균 연봉 5천만원이면 다른 돈벌이에 신경쓰지 않고 집중해서 사진촬영에 몰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2013년 첫 번째 발간한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이 보름만에 완판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임재천, 「한국의 발견 01 –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2014 © 임재천


그는 바로 예술 후원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곳의 지역을 정하고 50명에게 100만원씩 후원받아1년간 그 지역에서 사진을 찍고, 그 과정을 모두 후원자들에게 공유하는 것이었다. 또한 수많은 사진 중50명 각각에게 사진집에 들어갈 사진을 정하게 했고, 1년 뒤 전시회를 개최하고 사진집과 원본 사진 한 점을 선물하는 프로젝트이다.


그가 자신을 ‘사진노동자’라고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한 달에 꼬박 10일씩 1년 120일을 정해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진정 사진 촬영 일을 한 것이다. 2014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2015), 부산(2016), 전라도(2018)를 거쳐 올해는 충청도(2020)를 촬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경상도, 경기도, 서울까지 촬영하고 <50+1> 프로젝트는 마무리 된다. 거의 10년의 프로젝트이다.

임재천, 「한국의 발견 02 – 강원도」,p.176-177 _ 태백시 소도동 태백산 천제단, 2015. 10. 3 © 임재천

사진노동자 임재천은 사진과 출신이 아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는데, 사진이 좋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에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말한다. “흔한 한국의 관광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어요.한국의 속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가 강조하는 사진은 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정취이다. 매달 10일간 한 지역에서 사진을 계속 찍는 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후원자들과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통해 삶과 예술 활동을 안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그는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휴먼스케일로 바라본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한 삶의 속살임을 사진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그의 철학대로 그는 누구나 그 장소에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삶의 풍경을 택한다. 사진작가라는 특별한 권한으로 찍은 장소는 삶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재천, 「한국의 발견 04 – 전라도」 ,p.77 _ 전남 신안군 암태면 기동리, 2019. 4 © 임재천

나는 그를 활동을 보면서 예술의 진정성은 고차원적인 화이트큐브 속이 아니라 생활인인 내가 내 삶을 영위해가면서도 예술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경제적 활동을 통해 나와 가족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생활인이다그런데 그 생활인을 넘어서서 진정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사진노동자 임재천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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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천, 「한국의 발견 04 – 전라도」 ,전남 여수시 서교동, 2018-7 © 임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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