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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Aug 27. 2020

정말 예술이 배고파야 할까?

예술경영 season 1_03

1.

흔히 예술가라고 하면 배가 고픈 삶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고 인생의 쓴물을 좀 맛봐야 작품에 예술적 고뇌가 스며든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론 예술작품보다 예술가의 굴곡진 삶이 더 주목을 받는다. 우리가 알만한 작가로 반고흐가 그랬고, 우리나라 작가로는 이중섭과 나혜석이 그랬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로 사망한 계기를 통해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다. 바로 예술가의 삶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예술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미술을 전공하지도, 미술적 재능도 없는데 내가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밥 로스의 말처럼 ‘참 쉽다.’ 바로 예술가라는 지위를 획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니 그 예술가의 지위를 어떻게 획득 하냐고요?’


‘그냥 꾸준히 해!’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자칭 예술가들은 스스로 예술가라고 명명하고 제도권 밖에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며 예술가의 지위를 누린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필수적인 재료를 하나 추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신념’이다.


‘나는 예술가이다.’ ‘나는 의미 있는 예술작품을 만든다’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 된다. 정말 풍경화가 밥 로스처럼 “참 쉽죠?”라고 말하고 싶다. 실상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쉽게 이루어진다면 누구든지 예술가가 될 것이고,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이는 예술을 넘어서서 모든 분야에 다 적용된다. 남들도 다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낼 때 비로소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신념을 따른다면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이 난다. 이미지출처 © wallpapers.com


2.

미술계에서 작가들이 만나 하는 인사말 중 하나가 바로 “작업은 잘 되고 있어?”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된 ‘작업’은 대체 언제 쯤 완성될 수 있을까? 한해 배출되는 미술대학 졸업생만 1만 명이 넘는데 예술가로 성장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한다. 미술대학을 나와서도 예술가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각 과목의 평가를 위한 수많은 텍스트 과제들과 야간작업을 해도 쉬이 완성되지 않는 고품질의 마감에 몰입해야 하며,

비평시간 철저히 짓밟혀야 하는 개념들로 무장된, 자기철학의 비사유적 멍 때림의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대학(원)도 졸업한 놈이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냐?”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씁쓸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이들의 나태함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하게 미술대학을 나와도 대부분이 예술가가 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감히 내가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반대로 그들은 미술전공자들은 신념이 없어서 포기한 것일까? 이 또한 결코 아니다.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삶의 에너지와 시간을 갈아 넣고, 집중적인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가난해 진다. 물론 돈이 많은 예술가들은 풍족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들은 또한 그 나름의 고뇌가 있다. 이러한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와 문화재단, 사립미술관, 갤러리, 문화단체까지 1,000여개가 훨씬 넘는 지원사업과 정책들이 넘쳐난다.

이런 수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삶은 고달프다. 바로 현실과 이상의 세계 둘 다를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기회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힘들면 남들 또한 힘들다. 그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예술적 성과를 보여줄 때 비로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진정 장벽은 그 장벽을 넘은 사람에게는 안전한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예술가 코스프레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자기 인생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나의 목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배고픔을 견디면서까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자신의 신념에 말을 걸어보자. “정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 맞니?”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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