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두그린 Oct 25. 2020

사랑과 종교를 품은 예술

예술경영 season 1_02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와 나탸샤와  당나귀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 1912-1996) 사랑한 연인 나타샤(김영한, 백석이 내린  자야(子夜),1915-1999) 이루어질  없는 사랑을 한다.

1936 그들은 처음 만난다. 자야의 나이 22살이었다. 기생인 자야와 백석의 결혼을 허락할  없는 백석의 부모는 백석을 다른 여자와 강제로 결혼을 시킨다. 그러나 백석은 첫날밤부터 도망을 쳤다. 유교사회 선비집안의 백석은 부모와 사랑사이에서 괴로워하다 홀로 만주로 떠난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해방 후 함흥을 찾은 백석, 서울로 떠나 온 자야. 백석은 다시 서울로 오고자 하지만 38선이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는다.

김영한(자야) 백석을 잊기 위해 1960 성북동에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세운다.시와 , 글씨와 그림에 뛰어났던 미모의 기생 김영한이 세운 대원각은 수많은 정계의 인사들이 찾아왔다.

1987 당시 시가 천억원의 대원각을 법정스님한테 시주하길 요청했으나 법정스님은 이를 거절한다. 김영한의 끈질긴 요청으로 8  법정스님은 대원각을 길상사로 받아들인다.


1997 12 길상사의 개원 첫날 법정스님은 김영한에게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내린다.길하고 상서로운 길상사의  의미이다.(법정스님이 있었던 송광사의 원래명이기도 하다)

 기자가 김영한에게 “천억 원이 아깝지 않느냐?”라고  질문에 그까짓 천억원,  사람   줄만 못해!”라고 일축하며 백석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지킨다. 또한 자신의 생이 다하고 있음을 인지했던 길상화는 창작과비평사에 당시 2억원을 기증하며 ‘백석문학상 제정한다.


길상사 극락전 겨울


“나 죽으면 눈 올 때 길상사 안마당에 뿌려줘요”라고 말했던 길상화의 유언대로 2년 뒤1999년 겨울 그녀의 재는 길상사 안마당에 뿌려졌다.

1년 뒤인2000년 이 마당 한 켠에 관세음보살상이 하나 세워지는데, 이 관음상이 바로 조각가 최종태(1932-)의 작품이다. 법정스님이 직접 의뢰해 부탁한 작품이다. 그런데 조각가 최종태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성모상을 많이 만든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관음상은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닮았다.

최종태, <관세음보살상>, 화강석, 높이 180cm, 2000, 길상사
최종태, <성모 마리아상>. 화강석, 1996. 혜화동 성당


관음상의  손에는 맑은 물이 담긴 정병(淨甁) 들어있고, 목이 가늘고 길며 수녀의 복장을 입고 있는 듯하다. 오른 손에는 불상에서 흔히   있는 시무외인(施無畏) 손을 하고 있는데, 손바닥을 펴서 바깥으로 향하는 시무외인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 뜻이다.

관세음보살상의 봉안식  조각가 최종태는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지요.”라고 간결하게 말했다.


최종태, <관세음보살상>


그의 뜻을 받아들였는지 관음상 대좌 측면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길상사의 뜻과 만든 이의 예술혼이 시절인연을 만나 이 도량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모습을 보는 이마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이 세상의 온갖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나지이다.’

나무관세음보살- 불기2544년(2000) 4월 28일 세우다


무소유의 삶을 산 법정스님은 10년 뒤 2010년 3월 11일 “…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라고 전날 말한 대로 영원회귀의 세계로 복귀했다.


당시 성북동에 살고 있던 나는 연인이었던 지금의 아내와 함께 법정스님 입적 당일 길상사에 올라 인자하고 성스러운 관세음보살상을 바라보며 백석과 자야, 길상사와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깊은 애도의 기도를 올렸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이전 01화 내가 미술관에 가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