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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l 16. 2020

내가 미술관에 가는 이유

예술경영 season 1_01

왜 우리는 전시를 감상하러 미술관에 갈까? 바로 감동을 받기위해서이다. 예술가의 색다른 감각을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기 위함이다. 미술관 혹은 갤러리, 전시관에 설치되어 있는 모든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 이해하고 모두 충분히 감동받았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가식일 수도 있다.


“작가는 왜 이 작품을 그렸을까? 난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무슨 의미일까?” “이건 왜 이래요?” 궁금하면 물어보면 된다. 그런데 미술관에 가면 왠지 교양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모른다고 하면 무식하단 소릴 들을까봐 유식한 척 이해도 안 되는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다. 서 있다고 이해되진 않는다. (물론 오래 두고 보고, 지속적으로 보면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어도 모두 이해가 된다.)


한 작품 앞에서 몇 시간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하나의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감상평을 하는 미술교육 수업도 있다.

한 작품 앞에 2시간 정도 계속 앉아 있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르면 미친 것이다. 하나의 작품에 미쳤다는 것, 즉 한 작품에 몰입한다는 것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여행과도 같다.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 여러 곳곳에 들러 사진을 찍고 이동하고 사진을 찍는다. 단 며칠 동안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흔적을 남기고 유럽을 모두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겉만 훑은 것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장소를 제대로 알려면 오랫동안 머물면서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 사람들이 그 장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일상들이 있는지를 직접 경험해야 그 장소의 면면을 모두 알 수 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는 것이다. (사실 한 달도 부족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우리가 미술관에 가서 비싼 입장료를 냈기에 모든 전시의 작품을 다 봐야 한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우리는 작품을 경험해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작품을 나의 축적된 삶의 감각을 통해 만나야 한다.

단지 대가의 혹은 젊은 작가의 경이로운 작품을 대하는 이방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작품이 나에게 왜 좋은지를 생각하며 그 작품과 만나야 한다. 물론 모든 작품을 다 그렇게 만날 필요는 전혀 없다. 관심이 없거나 끌리지 않는 작품은 바로 패스해도 된다. 나 또한 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작품들은 1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이동한다. (처음 작품을 대하는 시간은 1초이면 충분하다. 그 이후 더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감각적으로 본능이 결정한다.)


괜히 교양 있어 보이려고 천천히 ‘보는 척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미술관 관람은 철저히 나를 위한 것이다. 내 감정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전에 한 갤러리에서 풍경을 그린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 작가는 고향 한국의 풍경을 두꺼운 물감의 마티에르(재질감)를 살려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린다. 빛과 색이 서로 얼싸안으며 하나의 따뜻함으로 표현된 물감덩어리는 회화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 관객인 내가 그의 작품의 모든 부분들을 손가락이 된 눈으로 더듬어 가게 하였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첫사랑의 순수한 떨림과도 같이 그 자리에서 한참을 그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날 다른 많은 작품들을 보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직 깊은 떨림을 줬던 그 작가의 풍경만이 내게 작품의 감상이란 무엇인지, 진정 미술작품을 통해 감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경험하게 해줬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서야 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길게 줄지어 ‘보고 왔다’는 블록버스터급 유행하는 전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모르고, 진정 내 감성으로 관람하는 경험하지 못한다면, 함께 간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미술관에 간다면 철저히 나를 위한 작품 한 점을 찾자. 내가 감각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그 단 한 점을 찾는다면 그 작품이 내게 걸어와 반드시 내 삶에 말을 걸 것이다.

미술작품의 감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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