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season 1_02
마트에 가면 으레 시식 코너와 장난감 코너를 지나칠 수가 없다. 새로 나온 음식을 먹어보는 재미와 소소한 식감을 느끼는 경험과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장난감 매장의 방문은 필수이다. 그런데 장난감 매장에 가기 전에 반드시 하나 해야 할 것이 있다. 장난감 코너가 보이기 시작하면 아이는 마음이 급해진다.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흥분한 아이를 잡고 약속을 한다.
“오늘, 장난감, 눈으로만 보는 거야! 사지 않을 거야”
“응! 알았어요.”
아이는 지금 약속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빨리 가서 이것저것 구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속을 받고 보니 아이는 이미 장난감 매장으로 뛰어가고 있다. 본인이 관심 있는 이것저것, 새로 나온 장난감, 체험부스에 있는 장난감을 열심히 만지고 논다. 그리고선 좀 전에 했던 약속을 다 잊어버리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저거 살래요!” “이거 사주세요.”
당연한 패턴이다. 지금부터 아이와의 전쟁 같은 협상이 필요하다.
첫 번째, 절대굴복하지 않고 전의 약속을 상기시킨 다음 사주지 않는다. (이는 쉽게 이기기 어려운 전략이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 결국 화를 낼 수도 있다.)
두 번째, 그냥 사준다. (이 방법은 재고해봐야 한다. 아이에게 경제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새 번째,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변형인 타협 전략을 쓴다. (결국 사주지 않거나 사준다. 그러나 스스로 결정내리게 한다.)
물론 나도 이 세 가지 경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럴 경우 단호함이 필요하다. 사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경우 아이와의 약속을 우선 상기시킨다.
“아빠(엄마)는 오늘 사지 않겠다고 말했어, 기억나지? 이게 정말 필요하면 네가 사야 해”
그리고 다 살 수 없으니 꼭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골라 금액이 얼마인지 읽어보라고 말한다. 아이가 4~5세 때는 숫자 읽는 것이 익숙지 않아 어려워하지만 본인이 대충이라도 장난감의 가격을 읽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가 금액의 높고 적음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 금액을 읽게 한 다음 돈을 모아서 직접 장난감을 사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결코, 이렇게 해서 잘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사달라고 떼를 쓰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당연히 다시 약속을 한다.
“이 장난감은 6만원인데, 네 용돈이 이만큼 있어? 없지! 그러면 장난감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서 사야하지 않을까?”
“어떻게요?”
“글쎄! 그건 집에 가서 같이 고민해보자.”
물론 이렇게 쉽고 이상적이게 장난감 코너를 빠져나올 수 없다. 설득에 설득을 해서 반은 울먹거리는 아이를 데리고 장난감을 사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며 겨우 빠져나온다. 만약 첫 번째의 경우처럼 장난감을 사주기로 한 경우는 가격대를 미리 아이에게 말해주고 이 가격대에서 장난감을 사주면 되니까 쉽다.
그런데 장난감 사는 것을 미룬 경우 집에 와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장난감을 아이의 용돈으로 사기로 한 것을 한 번 더 각인시키고, 진정 그 장난감이 사고 싶은지 다시 묻는다. 정말로 사고 싶고, 장난감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면 진짜 원하는 것이다. (그냥 매장 장난감 코너에서만 사고 싶었던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꺼내 장난감 사기 프로젝트 표를 작성한다. 아이가 필요했던 장난감은 6만원이 넘는 블록 장난감이었다. 스케치북에 6만원이라고 쓰고, 가로로 6칸, 세로로 10칸의 표를 만든다. 가로는 만원 단위이고, 세로는 천원 단위이다. 천원 단위 안에는 백 원 단위 표를 더 나눈다. 표를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용돈의 금액만큼 해당 네모 칸 안에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이거나 체크를 해서 표시를 한다. 그러면 6만원을 모으기 위해 부족한 금액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 다음 별도의 종이에 아이가 어떤 일을 해서 백 원씩 벌 수 있는지 회의를 하며 하나씩 정한다.
“집안 일 어떤 것을 해서 백원씩 벌래?”
“음. 이불 개는 거 할래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니까 안 돼.”
“음! 그럼 아빠 구두 닦는 거 할래요”
“그래 그건 한 켤레 2백 원씩 줄게” (당연히 구두를 완벽히 닦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돈을 벌 수 있는 수십가지 방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신발정리, 책읽기, 심부름하기 등 아이와 협의를 해서 5개 정도 돈 벌수 있는 방법을 정하고 종이에 꼼꼼히 적는다.
그리고선 매번 임무를 수행할 때 마다 돈을 주고(돈이 가장 좋지만 잔돈이 없을 경우 스티커를 줘도 된다.) 모아야 할 금액까지 얼마가 더 필요한지 아이에게 말하게 한다. 첫째 아이가 6만원을 모으기 위해 거의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물론 중간에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보태서 조금 더 빨리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었다. (친척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홍보하여 후원금을 받아내고 보답을 주는 스킬에 정말 감탄했다.)
돈을 다 모은 다음 다시 마트에 갔다.아이는 자신보다 큰 장난감 상자를 들고 만족한 모습으로 직접 계산대에 올려놓고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내고 계산을 하였다. 나는 뿌듯해하는 아이의 표정에서 6개월을 기다린 행복함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장난감을 살 일이 생기면 장난감 사기 프로젝트표를 함께 그렸다. 더이상 아이는 장난감 코너에서 이전처럼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필요 한 것이 생기면 조용히 표를 그렸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사주고,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릴 적부터 직접 물건의 가격을 읽게 하고 직접 그 금액의 크기를 알게 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첫 걸음이 아닐까?
스스로 돈을 알게 되면 수입과 지출을 조절하고 만족감을 뒤로 미룰 수 있는 통제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경제적 미래는 부모가 아닌,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글 | 두두그린